등록 : 2006.11.12 17:11
수정 : 2006.11.14 00:48
닐스의 신기한 여행
엄지 소년 닐스의 여행기를 그린 <닐스의 신기한 여행>. 올해로 출간 100년이 됐다. 그만큼 우리에겐 동화나 그림책,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낯익다. 그런데 지금껏 완역본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어떤 출판사에서도 엄두를 안냈다니 이상한 일이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완역본이라는 데서 일단 의미가 크다. 독일 책 전문 번역가인 배인섭씨가 2년 동안 수고를 했다고 한다. 독일어판을 주 텍스트로 삼고, 스웨덴어판과 비교·대조해 지명이나 인명 등 고유명사를 조정했다. 공부하기 싫어하고 게으른데다 동물들에게 냉혹하고 심술궂어 부모의 속을 태우던 열네살 소년 닐스 홀게르손의 모험기는 장면장면마다 흥미진진하다. 여우 스미레, 거위치기 소녀 오사와 그녀의 동생 릴레 마츠, 까마귀 바타키, 독수리 고르고 등의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갖가지 사건으로 얽히고 설킨다.
그렇다고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동물들은 본성상 먹고 먹히는 싸움을 하지만 규칙에 따르고, 거인족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인간도 자연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작은 카를스왼 지옥문에 떨어진 늑대들처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서 영원히 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닐스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 친구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용기와 바른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또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를 겪는 유럽의 한 국가로서 19세기 스웨덴의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환경을 지키고 인간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을 역설한다. 그래서인지 책이 나온지 1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강렬한 울림으로 남는 문장들이 책 곳곳에 가득하다.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아름다운 거야. 작든지, 크든지. 자유로운 영혼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무엇이 어떻게 되든 좋은 일이지.”(3권 249쪽, 닐스가 해에게)
<닐스의 신기한 여행>은 애초 스웨덴 교육계의 의뢰를 받아 읽기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1906년부터 1907년까지 2년 동안 쓰여졌다. 이 책 덕분에 셀마 라게를뢰프는 여성 최초이며 스웨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오즈북스/전 3권, 각 권 9천원.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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