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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2 17:54 수정 : 2006.11.14 00:13

공교육을 통해 10여년 동안 영어수업을 받아도 영어로 말하고 쓰는데 익숙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교육 프로그램과 시스템 탓이 크다. 영어 공용화가 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겨레 자료사진

온 국민이 영어를 함께 쓰면 영어실력도 늘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시사로 잡는 논술/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공교육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기간은 14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대학교 졸업생들은 미국인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영어 원서를 사전 하나만 갖고 우리 나라 책 읽듯이 할 수 있는 대학 졸업자는 많지 않다.

한국은 천연 자원이 부족하여 자급자족이 힘든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과학과 기술이 급속히 변화하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힘이고 권력이며 돈이다. 고급 정보들이 영어로 유통되고 있지만 각국 언어의 특수성으로 인해 통역과 번역은 한계가 있다. 언어는 생명이 있어서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고 구사 능력이 향상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하는 영어 교육은 들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크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영어 공용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영어 공용화론’은 영어가 사실상 국제어가 되어 있고 인류 전체의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는 전 국민이 효과적으로 영어를 습득하고 구사하기 위해서 영어를 모국어와 함께 일상 생활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영어 공용화를 시행하게 되면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될 것이고, 높아진 영어 실력만큼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영어 공용화를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구사력이 갑자기 향상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토플 성적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네델란드와 덴마크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 않다. 그들 나라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영어 교육을 통해서, 국민들 대부분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영어 구사 능력의 수준 차이는 영어 교육 시스템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지 공용어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영어 공용론자들은 영어를 잘하면 외교도 잘 할 수 있다고 한다고 주장하는데, 영어는 외교를 잘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영어 구사 능력보다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모든 국민을 영어 모국어 화자로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이득이 많고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수석/인천동산고 철학교사,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논리를 찾아라〉 저자
국가가 나서서 어떤 특정 외국어를 공식화한다면,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뚜렷한 구별이 지어질 것이다. 이는 경제적·신분적 차별로 이어져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분으로 국민적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어 공용화가 곧장 국력 신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어권 나라에 대한 문화적 사대주의가 더욱 극심해 질 수 있다. 세계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식견을 가진 전문가를 널리 양성하고, 영어 교육 환경과 교육 방법의 개선을 통한 정책적 지원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수석/인천 동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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