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4 11:28
수정 : 2006.11.14 11:28
논술토론회서 교사ㆍ학생ㆍ학부모 비판 `봇물'
대입 논술고사가 창의력을 키운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학생들에게 짐만 되고 있다는 교사ㆍ학부모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형빈 이화여고 교사는 14일 "학생의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려는 논술교육의 취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현행 논술고사는 단지 변별력을 강화해 우수한 학생을 조기에 선점하려 할 뿐"이라며 "논술이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사는 이날 오후 문화연대와 흥사단 등 13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회관에서 `대입 논술,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개최하는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465개 논술학원이 등록돼 있는데 이 중 86.5%가 2004년 이후 설립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논술고사는 속성상 고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과는 무관한 고난도의 시험이기 때문에 사교육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경복 건국대 교수는 "대입논술은 기계적인 채점 기준에 얽매여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논술고사에 길들여진 학생은 대학 입학 후 짧은 글에는 순발력이 있지만 긴 글을 읽거나 분량이 많은 리포트를 쓸 때 힘들어 한다"고 지적했다.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아이들이 논술 스트레스를 받고있어 학부모들은 논술학원비로 매달 20만∼60만원(4회)을 지출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대학이 학생선발 경쟁에만 몰두하니까 세계 경쟁력 100위안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3학년 강나을(18.여)양은 "논술시험은 오지선다형 시험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논술문제를 받았을 때 `무난한 정답'과 `무모한 도전' 사이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며 "수험생들은 책을 읽어도, 신문을 봐도 답안 작성만 생각한다"고 현행 논술의 문제를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논술 등 대학별 본고사 폐지를 요구한 가운데 이형빈 교사는 전국 국공립대학의 전형요소를 단일화한 뒤 단계적으로 통합모집과 동일한 학위를 수여할 것을, 주 교수는 언어영역 학습시 단문 위주의 발췌문이 아닌 긴 글을 읽히고 철학수업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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