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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5 21:32 수정 : 2006.11.15 21:32

구속된 서울교육청 연구관 김아무개씨가 학생들을 대신해 만들어준 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출품작들. 학생들은 대회에서 상을 받은 뒤 명문대에 특기자로 입학했다. 왼쪽부터 세정제 소비를 줄이는 양변기, 빗물 정화기, 물 소화기, 안전 등불. 경찰청 제공


교육청 연구관이 ‘발명품 대리출품’

입상시켜 4명 대학보내…자기자녀 2명도
전 서울시교육감·명의 빌려준 교사 8명 입건

각 대학이 다양한 특성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마련한 대입 특기자 전형 제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4일 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입상을 통한 대학 진학을 미끼로 학부모에게서 1억5800여만원을 받아 챙기고, 실제로 해당 학생들의 출품작을 대신 제작해 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서울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김아무개(51) 연구관을 구속했다.

김씨는 2004년 7월 서울시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때 자신이 만든 ‘소방훈련용 물소화기 및 빗물정화기’를 당시 서울 ㅎ고 1학년 김아무개양에게 대신 출품하도록 해 특상을 받게 한 뒤, 다시 전국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 나가 금상을 받도록 했다. 그 대가로 김씨는 김양의 부모에게서 세차례에 걸쳐 1억2300만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런 수법으로 자신의 자녀 2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출품작을 대신 만들어 줘 입상시킨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들 6명 가운데 4명은 연세대에 진학해 1명은 졸업했으며 3명은 현재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등학생인 나머지 2명 가운데 1명도 현재 4개 대학의 수시 2학기 특차모집에 지원한 상태다. 혐의 사실이 확정되면 이들의 입학 및 합격 등이 모두 취소된다.

경찰은 해당 학생이 어떤 작품을 출품했는지도 모른 채 김씨에게 지도교사 명의를 빌려준 현직 교사 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김씨에게 호텔 투숙비와 여행비 등을 대신 내도록 해 788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유인종(74) 전 서울시교육감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특수수사과 황용수 2팀장은 “이런 식으로 각종 경진대회 출품을 돕는 학원과 조직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수상경력 큰 비중…정작 대회 심사는 허술

‘특기자 전형’ 어떻게 뽑기에…

대학의 특기자 전형은 과학을 비롯해 수학·발명·문학·한문·논술·체육·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뛰어난 자질을 가진 학생을 뽑기 위해 치러져 왔다. 올해에도 132개 대학에서 6387명(전체 정원의 1.7%)의 학생이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대학들은 특기자를 선발할 때 학생부와 면접, 자기소개서 등을 함께 보지만 경시대회 등의 수상 경력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이 때문에 특기자 전형이 활발해진 2000년대 들어 각종 경시대회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2003년 조사한 ‘최근 10년간 경시대회 현황’ 자료를 보면, 93~95년 25개, 96~98년 34개에 불과하던 것이 99년 73개로 늘었고, 2000년 576개로 급팽창했다. 2001년에 345개로 잠시 주춤하지만, 2002년 다시 572개로 늘어났다. 98년말 정부가 ‘특정분야 우수자도 쉽게 대학 진학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대입 다양화 원칙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경시대회는 늘었지만 대회의 질이나 공정성을 관리하는 곳은 현재 한 곳도 없다. 국립교육평가원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특기자 전형이나 외국인 특별전형 대상자를 직접 심사해 왔으나, 98학년도부터 없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선발과 관련해 통제를 줄이고 자율을 늘리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학은 각 학교 자체적으로 주최기관의 역사나 출제기관의 공신력, 지원자나 수상자 수 등을 따져 입시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경시대회 심사 과정에도 허술함이 많다. 심사위원들은 제출된 작품 설명서를 미리 읽어본 뒤 출품자를 2~3분 면접하는 것으로 심사를 끝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리 출품이나 위작, 모작 여부를 가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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