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6 11:56
수정 : 2006.11.16 11:56
학생, 학부모님들은 교원평가를 해서 자신들이 바라는 교사만 남기고 나머지들을 자를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사실, 이사장(사립인 경우), 교장(공립인 경우)이 바라는 교사만 남고 나머지들은 잘립니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볼까요.
한 사립고등학교는 성과급(교원평가의 전단계) 심사 기준을 ‘호봉, 근평, 보직, 수업시수, 포상, 연구, 연수’로 들고 있습니다. 성과급은 경력순이 아니라 능력순입니다. 그런데도 호봉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성과급은 공개된 평가입니다. 그런데도 비공개인 근평(근무평정, 관리자 마음대로 평가하는 것)을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보직, 수업시수, 포상 등도 관리자의 마음이지 교사의 능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연구'의 세부기준으로 ‘교육력, 교과교실, 20년사, 장기발전’을 들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교사의 능력과 관련이 없습니다. 학교 20년사를 편찬하는데 참여한 것이랑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랑 무슨 관련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달랑 남는 것은 하나 ‘연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도 교사의 능력과 관련이 없습니다. 왜냐면 점수 인정하는 연수는 관리자의 허락이 없이는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성과급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는 사람들은 부장교사들이고, 최하위 등급을 받는 사람들은 평교사들입니다. 평교사 회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관리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된 부장교사들이 최상위 등급을 받습니다. 학생들이 바라는 능력 있는 교사가 아닌, 관리자가 바라는 충성스런 교사가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바라는 능력 있는 교사가, 관리자가 바라는 충성스런 교사와 같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앞서 예로 든 한 사립고등학교는 보충수업의 교사명과 강좌명을 공개하여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수강신청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상위 등급을 받는 부장교사들의 수업은 대체적으로 외면을 받고 오히려 최하위 등급을 받는 평교사들의 강좌가 인기 있습니다. 심지어 성과급을 받지 않는 기간제 교사들의 강의가 인기 높습니다.
교원평가는 학생, 학부모님들이 바라는 능력있는 교사를 추려 내지 못하고, 관리자가 바라는 충성스런 교사에게 능력이라는 명분을 주는 것입니다. 학생, 학부모님들! 이래도 교원평가 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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