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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6 16:42 수정 : 2006.11.16 16:46

동대부고 1학년친구들 DMB로 축구를 보고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현장] 새벽, 면목고등학교에서 만난 경희고 동대부고 친구들

15일 저녁 중랑구에 위치한 면목고등학교는 오늘따라 유난히 소란스럽다. 이유는 16일 있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지금까지 고생한 선배들을 응원 할 좋은 자리를 서로 맡아두려는 후배들 때문이다.

후배들은 오랜 전통에 따라 선배들이 수능을 볼 학교 앞에서 응원준비를 해 밤을 지새울 계획을 세워 드럼통, 나무토막, 두터운 이불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얼마나 큰 소리로 응원을 하느냐, 얼마나 많은 후배들이 모이느냐를 두고 면목고등학교 앞에 모인 경희고등학교 친구들과 동국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광신고 친구들의 선의의 경쟁은 시작되었다.

하나둘씩 등장하는 선배들, 밤새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새벽 1시, 모닥불 앞에 도란도란 모여 장작을 피운다. 그리고 만화책, MP3, DMB등 무료한 시간을 달래 줄 별의별 소품들이 등장한다. “형들만 믿고 따를 거예요! 추위가 전혀 두렵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던 동대부고 친구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살을 뚫는 매서운 추위에 몸은 꽁꽁 얼어만 간다.

새벽 2시, 너무 추워 삼겹살부터 떡볶이, 치킨 배가 터져버릴 만큼 음식도 먹어봤지만 얼어버린 몸은 녹을 생각을 안 한다. 몸도 녹일 겸 부족한 장작을 구하러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다행이 산 기슭에 위치한 학교라 나뭇가지 구하기는 쉽다. 친구하나가 동네슈퍼에서 농구공 하나를 빌려왔다.

새벽 5시, 몸에 김이나올 정도로 농구를 한 경희고등학교 친구들, 추운 날씨에 땀이 식으면 더 춥다고 누가 말했던가. 새벽 1시의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 도저히 추위를 참지 못한 한 친구가 다시 제안한다. “뛰어 놀자”

수험생들이 등교할 시간까지 숨바꼭질을 하며 몸을 덥힌 학생들은 어스름 하게 동이 트자 선배를 맞을 준비를 한다. 물을 끓이고 플래카드를 정돈하고 꽹과리 북 등을 정비하고, 자리를 채웠다.


후배들이 타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는 수험생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7시 30분 즈음이 되니 한 손에 도시락 통을 든 선배들이 하나둘씩 등교한다. 밤새 자리를 지킨 건 3학교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침이 되자 꽤 많은 후배들이 선배를 응원하기 위해 학교 앞으로 모였다.

경희고등학교 김준영(18)군은 “밤새 자리를 지키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좋은 자리에서 선배들을 응원하게 되어 기뻐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준영군은 물론 응원에 참여한 학생들은 평균 고2 학생들이었다. 자신들도 수능이 딱 1년 남았다며 어두운 기색을 드러냈다.

응원으로 자리를 지켜준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힌 경희고등학교의 한태희 교사는 수험생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좋은 결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긴장되는 얼굴로 큰 길에 들어선 수험생들은 북 꽹과리로 응원하는 후배들의 얼굴을보며 이내 긴장을 풀었다. 신현고등학교 조윤재군 학부모는 밤새 아들을 위해 기다려준 후배들에게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든든하다고 말하며 “추운날씨에 고생한 친구들을 보니 나도 힘이 된다.”고 했다.

수험생이 다가오자 박수로 맞이한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꽹과리, 북, 응원도구를 모으고 추운날씨에도 시원하게 웃는 친구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선배들! 수능 잘보세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고3 이교진군은 자신도 작년에 지금의 후배들처럼 밤새 응원을 준비했다고 밝히며 “제가 응원했을 때는 이렇게 감동이 될지 몰랐는데 막상 응원을 받으니 정말 감동이네요.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으니 열심히 해서 꼭 좋은 학교 가겠습니다.”라고 힘차게 대답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안민희 기자 letmelove_11@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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