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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1 15:37 수정 : 2005.03.11 15:37

새학기 첫날, 의욕이 넘친다

새로운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다. 아이들도 교사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서로에게 가장 관심이 많을 때이기도 하다. 어떤 선생님일까, 어떤 아이들일까 설렌다. 마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차를 한 잔 마시려고 교무실에 들어가니, 한 선생님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손을 내민다. 무슨 새해 인사를 아직까지 하나 싶어 손을 맞잡고 어리둥절한 낯빛으로 웃으니까 “교사에게는 새 학기를 시작하는 3월2일이 새해잖아요. 자, 한 해 동안 잘해 봅시다” 한다. 맞잡은 손이 따뜻하다.

그렇다,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만나는 첫날이 새해의 시작이다. 나 역시도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교사 경험이 늘어 갈수록 설날보다는 아이들을 만나는 첫날의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대부분의 계획도 이맘때쯤 세우게 되고, 다짐도 그렇다. 그렇게 서로 새해 인사를 하고 나니 정말 더 새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아이들과는 3월에 준비를 잘해서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내야지 새삼 다짐하면서 교실로 올라갔다. 공교롭게 남자 교사끼리 6학년 다섯 반을 맡게 되었다. 모두 스스로 지원했기 때문에 의욕이 넘친다. 같이 잘해 보자고 모임도 미리 가졌다. 그런데도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년을 구성하는 교사가 모두 남자인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학교 안팎에서 관심도 크고, 은근히 걱정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교실 쪽으로 가니 여느 때보다도 더 절집처럼 고요하다. 교실에 들어가니 혹시나 남자 선생님이 아니길 바랐던 아이들이 실망으로 내뱉는 탄식 소리가 들린다. 학기 초에 무섭게 해야 교사가 1년이 편하다는 말을 신뢰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편하고 즐겁게 해 준 적이 많다. 하지만 사실 이때 아이들의 기본 생활 습관을 제대로 갖추는 것도 필요한 게 현실이다. 어쨌거나 이런 조용함을 바탕으로 해서 생동감과 활기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수업 분위기가 되겠는데 올해는 잘해 낼지 모르겠다.

너무 경직된 분위기가 싫어서 그전에는 먼저 즐겁게 만들어서 아이들 입에서 야, 재미있다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워낙 유명한 아이들이라 분위기를 먼저 깨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1년 학급 운영을 할 것인지,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했다. 아, 그 숨막히는 분위기에 내가 더 답답했지만,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히 평화롭게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획과 다짐을 하는 이때, 이때를 지혜롭게 잘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도 굳어 있는 아이들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려 옛이야기를 하나 들려 주었다. 픽픽 웃는 모습을 보니까 내 마음도 조금 풀린다. 마음이 풀어진 아이들에게 담임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적어 내도록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칠판을 보니, 아이구. 휴일에 일부러 나와서 적어 놓은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가 그대로 적혀 있다. 저 노래를 함께 부르고 가르치며, 배운다는 게 무엇인지 같이 이야기해 보려 했는데, 목에 힘주느라 그걸 놓쳤다. 일단 그것부터 가르쳐야지.

김권호/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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