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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0 00:27 수정 : 2006.11.20 00:50

수능 시험이 끝나고 본격적인 논술 대비가 시작되는 시기다. 짧은 기간 효과적으로 논술 시험을 준비하려면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대중문화, 예술작품 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어떤 주장의 ‘사례’로 활용될 수 있는지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겨레>자료사진

자기 생각 논리적 전개 없이 ‘절충적 결론’ 고득점 못받아
일상적 사례 풍부하게 확보 주장 뒷받침할 근거로 활용


수능 뒤 수험생들의 마음은 허전하다. 6주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 논술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영 감이 잡히질 않는다. 기출문제를 뒤적이니 이름도 못 들어 본 사람들이 쓴 지문으로 가득하다.

배경지식도 쌓아야 하고 글도 써봐야 할텐데…. 무얼 먼저 해야할까? 정답은 둘 다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식상한 결론이지만,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글을 쓰거나 무조건 책을 읽으면 안된다. 특히 플라톤의 <국가>, 스피노자의 <에티카> 등 지속적으로 제시문으로 출제되고 있는 고전을 이제와서 탐독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 읽어둔다면 모를까, 이 시기 새삼스레 고전을 붙잡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대학이 수험생들에게 원하는 것은 난해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일상의 발견, 일상의 철학화다. 수험생들이 경험하는 주변의 사건과 현상들을 고민하고, 그 이면을 깨달아 글로 표현하는 것이 대학이 원하는 논술이다. 대학이 요구하는 논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고전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철학의 화두와 일상의 사례를 탐구해야 한다. 글쓰기가 고난의 산물임은 사실이지만, 논술로 당락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논술로 수능 점수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6주의 노력으로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조금은 거스를 수 있다.

대비책 1: 출제자의 의도를 읽어라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학 논술시험에서는 상당한 분량의 제시문이 여러개 주어진다. 몇 개의 제시문을 묶는 것은 바로 ‘출제의도’이고, 출제의도를 찾지 못한 채 마음대로 쓴다면 논점 일탈이다.

출제자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특정 주제와 쟁점을 설정한 뒤, 어떤 문제를 출제할 지 결정하고 나서 적합한 제시문을 찾는다. 문제를 풀어가야 할 수험생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제시문을 읽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하나의 제시문은 의미가 없다. 전체 맥락에서 제시문을 파악할 때 출제자의 의도를 찾아낼 수 있다. 이 때 논제에서 주제어가 주어지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주제어가 주어진다면, 주제어를 중심으로 제시문들을 읽어 나가야 한다. 2005학년도 연세대 정시 문제 “다음 제시문에 담긴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에서 초점은 세월이 흘러감과 인간의 욕망이다. 제시문을 읽어나갈 때 주제어와 상관없는 부분을 생략해 나가면서 요약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세월이 흘러감의 대명사인 노인들은 어떤 욕망에서 탄식과 헛됨을 느끼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읽어 나가야 한다. 함께 제시된 티치아노의 그림에서도 노인의 욕망을 느껴야 한다. 노인이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욕망은 어떠할지, 욕망은 개인 차원의 문제인데 사회의 시선과는 어떤 관계일지를 고민하며 읽다보면 출제자의 의도를 찾아낼 수 있다. 주제어가 주어진 논제의 독해 방법은 단 하나, 초점을 맞춰 분석하는 것이다.

주제어가 주어지지 않는 논제는 공통 주제를 찾길 요구한다. 2006년학년도 고려대 정시 문제를 보자. “다음 네 개의 제시문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이다. 그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설명하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이 경우 수험생들은 제시문 하나하나를 퍼즐 조각으로 여기고, 퍼즐을 맞추듯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통 주제 찾기가 쉽지 않으면 각각의 제시문을 먼저 요약해 본 뒤 이를 토대로 하나의 주제를 찾아본다.

2006학년도 서강대 수시 2학기 예시문제, “제시문 [A]와 제시문 [B]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어떤 공통된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서술하고 있다. 두 편의 글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위기가 무엇이며, 현대 사회에서 그 문제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시문 [A]와 제시문 [B]에 기초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에서 공통주제를 찾아내려면 수학의 벤다이어그램을 떠올려야 한다. 제시문 A는 ‘보살핌의 사슬’을 이야기하고 제시문 B는 ‘다국적 기업에 의한 종자 독점’을 설명한다. 얼핏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제시문이니 벤다이어그램을 그려 공통분모를 찾아본다. 공통분모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다양성’을 넣어볼까? 제시문 [A]에 나오는, 이국 땅에서 보모로 일하는 엄마들을 다양성과 연관짓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을 대입해볼까? 다국적기업이 종자를 독점하는 이유와 머나먼 이국 땅에서 보모로서 일하는 엄마들의 동기를 생각해보자. 결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연결이 된다. 엄마는 모성을 내팽개치고 타국에서 돈을 벌고, 다국적기업은 돈이 되는 아이템을 고민하다 종자의 독점까지 찾아내 사업에 착수한다. 이처럼 공통 주제가 제시되지 않는 논제는 훨씬 어렵지만, 머릿속에 벤다이어그램을 그린 뒤 교집합에 들어갈 원소를 하나씩 대입해보는 것 외에 방도가 없다.

대비책 2: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례를 찾아라

다양한 기출문제를 통해 논제를 파악하는 연습을 충분히 했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논술에서 점수 차이는 논제를 풀어나가는 논리적 사유 능력과 독창적 사례 확보에 달려 있다.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힘은 제시문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며 제시문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 길러진다. 그러나 책을 읽을 새도 없이 수능 준비와 내신에만 몰두한 학생들이 짧은 시간에 하기 힘든 것이 바로 사례 확보다.

6주가 짧은 시간임에는 틀림없지만 단편소설을 하루에 한 편 읽으면 42편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주제와 연관된 작품인지는 미리 정리해야 한다.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보다는 유명 작가의 단편소설을 읽는 것이 사례의 독창성 면에서 점수를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술작품은 사례 확보에 큰 힘이 된다. 작품을 40개쯤 미리 감상해두면, 거의 모든 주제에서 사례로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마르셀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은 화장실 변기를 뒤집어서 서명을 한 뒤 전시관에 커튼을 치고 설치했다. 사람들은 작가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만 예술작품이라 여겼지만 뒤샹은 작가의 노력이 깃들지 않은 기성제품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냈다. 3초의 서명으로 사회적 통념을 깨뜨린 것이다. 뒤샹의 <샘>에서 제도와 관습에 대한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킹콩>에서 감독은 야수를 죽인 것은 미녀라고 말하지만, 사실 야수를 죽인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다. 미다스왕의 손처럼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는 시장의 속성을 이처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짧지만 긴 6주 동안 소화할 수 있는 단편소설, 미술작품, 영화가 수험생들의 논술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또한 이미 봤던 작품, 그저 흘려 넘겼던 일상을 곰곰히 되짚으면서 이를 논술의 ‘사례’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대비책 3: 창의적 사고와 엉뚱한 상상력을 구분하라

대학에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답안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창의력은 자신은 미처 갖지 못한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해 겁을 집어먹는 경우가 많다. 2007학년도 수시 1차 설명회에서 성균관대학교 출제진은 창의성을 수렴과 발산으로 구분했다. 대학입시 논술고사에서 요구하는‘수렴적 창의성’이다. 억지로 의도된 독창성은 ‘근거 없는 독단’, ‘논리적 비약’으로 여겨지기 쉽다. 자신의 생각을 원하는 형식으로 서술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일종의 ‘문제해결적 글쓰기’를 해야 한다.

조동기/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원장
실전문제는 딜레마 상황이 기본이며 어떤 주장을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대다수의 학생은 어떤 답안을 쓸까? 예컨대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문제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경쟁은 필요하고 자유는 소중하나 제한이 필요하다”는 식의 절충적 결론을 내렸다.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 하지만 채점 뒤 서울대 교수들은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40∼50대 초반의 젊은 교수들은 내심 “완전 경쟁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길 기대했다고 한다. 실제로 창의성은 서울대 논술의 가장 큰 배점 항목이지만, 이 때 말하는 창의성은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능력이 아니다. 다만 남들과 동일한, 쉽게 내릴 수 있는, 학교에서 배운, 도덕책에 나오는 절충적 주장으로는 고득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 사례를 찾는 일이 문제다. 만약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혹은 절충적인 주장들을 반박이라도 하면서 분량을 채워나가는 수 밖에 없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2만자를 쓰면 붙고 아니면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문제를 접하고 많이 써보는 것 외에 왕도가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위에 소개한 방법을 참조하되, 답안을 혼자만 보지 말고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부터 첨삭을 받아야 한다.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무료로 첨삭지도를 해주는 온라인 사이트라도 뒤적이라. 남이 보아주지 않으면 반복되는 약점을 찾기가 힘들다. 이 때 첨삭지도를 해주는 이는 수험생이 지망하는 학교의 출제 경향, 논제 형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조동기/조동기논술학원 원장


선배들이 말하는 ‘논술 필살기’

해당 대학 논술시험을 미리 치러본 선배들이 들려주는 한마디는 종종 천마디 설명보다 소중하다. 수험생 눈높이에서, 가장 핵심적인 충고를 해주기 때문이다. 조동기논술학원에서 각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이 시험을 치를 때 현장에서 느낀점들을 모아 정리해 놓았는데, 그 일부를 공개한다.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 진학한 학교 선배에게 연락해 논술고사를 치른 경험담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비법도 전수받을 수 있거니와 현장 분위기를 전해들으며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건국대 :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출제 의도를 파악 못하면 0점 처리된다. 제시문은 쉬운 편이지만, 논제는 만만치 않으니 신중하게 접근하라.

● 고려대 : 난이도가 낮은 제시문부터, ‘원리’를 말하는 단락부터 먼저 읽는다. 제시문 사이 연관관계를 밝힐 때 유사/대조 이분법으로만 나누는 습관을 버려라.

● 서강대 : <윤리와 사상>, <시민윤리> 등 철학을 다룬 윤리교과서를 꼭 읽어라. 철학 제시문이 반드시 나온다.

● 서울대 : 가장 큰 어려움은 2500자라는 분량이다. 왕도는 없다. 긴 글을 계속 써봐야 한다.

● 성균관대 : 상반되는 두 견해 가운데 반드시 하나만 택하고, 절충형 답안을 쓰지 말라. 원고 분량을 미리 정해서 연습하라.

● 연세대 : 첫 번째 제시문을 조심하라. 주제가 가장 약하게 드러난 글일 가능성이 높다. 첫번째 제시문을 차라리 마지막에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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