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1 19:35
수정 : 2006.11.22 21:15
수시합격자등 4만여명 ‘17억원’ 달해
수능 결시자들에게 응시료의 일부라도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양 성문고교 3학년 해슬기(18)양은 지난 16일 수능시험을 보지 않았다. 지난달 말 한 대학의 수시 2학기 전형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해양은 “시험을 봐서 낮은 점수로 깔아주려 했는데 시험장이 너무 멀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ㅅ대 수시 전형에 이달 초 합격한 서울 ㄷ고 오아무개(18)군은 망설이다 수능 시험을 치렀다. 오군은 “수험생 기분을 느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응시했다”며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지 않아 평소보다 낮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시험 원서 접수자는 모두 58만8천여명. 이 가운데 응시자는 각 시간별로 54만여명으로 결시자가 4만여명(결시율 6~7%)이었다. 수능시험 평균 응시료가 4만3천원임을 감안하면 전체 응시료 256억여원 가운데 결시자들의 응시료만 17억여원에 이른다.
결시자들은 대부분 수능 원서 접수 뒤 수시 전형에 합격해 수능 점수가 필요없는 학생들로 추정된다. 수시 2학기 전형에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전체 선발 인원의 절반이 넘는 33만5천여명을 수시 2학기 전형으로 뽑고, 중앙대 등 상당수 대학들은 선발 인원의 40~50%를 수능 성적 없이 선발하고 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수능시험은 수익자 부담으로 치러지는 만큼,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들은 토익처럼 응시료의 일부라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어차피 수능 응시료를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시험을 치르면서 과목 집단 내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는 ‘표준점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연구관리처장은 “현재 응시료는 수능시험 관리에 들어가는 경비를 책정한 뒤 원서 접수자를 예상해 나눈 값으로 책정된다”며 “결시자들의 응시료를 돌려주게 되면 그만큼 응시자들의 응시료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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