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1 19:01
수정 : 2006.12.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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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및 정시논술 과정 학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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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밤 11시 서울 ㅇ논술학원 앞. 수업을 마친 학생 수십여 명이 학원에서 마련한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멈춘 곳은 5분 거리의 한 오피스텔. 김아무개(18·고3)군은 “수시 논술을 준비하느라 수능 뒤 기말고사를 치르고 지방에서 곧바로 서울로 왔다”고 말했다. 10일 동안의 합숙 과정에 등록한 김군은 학원비 230만원을 냈다. 김군은 “굉장히 비싸지만 학교에서 논술·구술 시험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없어 학교에서도 이곳으로 가길 권했고, 학교 친구 셋이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 합숙 과정에는 100명이 넘는 지방 학생들이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성남에 사는 박아무개(18·고3)양은 학교도 빠진 채 서울 강남의 논술학원에 다닌다. 박양은 “나 하나를 위해 선생님들이 따로 시간을 내서 가르쳐 줄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얼마 전 고려대 수시 논술도 학원에서 배웠던 유형과 비슷해 학원에 다닌 친구들은 다들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은 수시 준비에 65만원, 정시 준비에 180만원의 학원비를 들이고 있다고 했다. 경기 안양의 한아무개(18·고3)군은 “다니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능을 잘 못봐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다닌다”며 “1주일에 50만원 하는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논술학원들은 수능이 끝난 뒤부터 정시 논술을 치르는 1월까지 두 달 남짓을 황금기로 꼽는다. 수능과 내신을 끝낸 수험생들이 논술에 전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3~5주 동안 주 2~3회 강의에 100만원이 넘는 강의료를 책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1~2주의 합숙 과정에 200만~300만원을 받는 과정도 생겼다. 한 학원 강사는 “학원 연수입의 3분의 1에서 절반까지를 이때 번다”고 전했다.
붐비는 논술 학원과 달리, 학교에서는 빈자리가 눈에 띈다. 대전의 한 학교에서는 서울의 논술학원에 다닌다며 6명이 결석 상태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 김아무개 3학년 부장은 “논술시험을 보는 학생이 얼마 안 되고, 대학별로 출제 방향도 다 달라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합형 논술은 그나마도 경험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문·이과 각각 한 반씩 논·구술반을 개설했으나, 대학별로 특화해 가르치는 사설 학원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ㅇ고교는 희망자가 거의 없어 논술 강좌를 열지 않았다. 이 학교 3학년 부장은 “논술 보는 학생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생활 수준이 높아서인지 다들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와 대학이 어떤 약속을 해도 학교와 사교육 기관의 격차는 피할 수 없다”며 “논술 시험을 폐지하거나, 학교에서 논술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다음에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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