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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장한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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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숙희의 얘들아 책과 놀자
“안녕하세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2학년 훈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강의 재미있었어요. 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그런데 분야가 소설책 만화책…. 조금 심하게 많이 읽어요. 소설책은 하루에 8~10권 정도 밤을 새가면서 읽습니다. 이런 책은 읽으면 안되나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주인공이 되어 통쾌 같은 걸 느끼는데 잘못된 건가요? [그리고 여자친구 소개시켜주세요!!〉ㅁ〈]” 훈과 나의 전자펜팔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입시부담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에게 독서권장이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날 강연에서 나는 그들이 청춘기임에 착안하여 ‘딸을 둔 엄마라 주변에 여학생이 많으니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미끼를 던졌었다. 내게 메일을 보낸 것은 수백명의 학생 중에 훈이가 유일했다. 반가움에 나는 즉시 답을 하면서 어떤 여자친구가 어울릴지 판단하자면 정보가 있어야 하니 자신이 좋아하는 책 또는 책 속의 주인공을 알려달라고 끌어당겼다. “흐음, 지금까지 읽었던 책 주인공 중 하나를 고른다면 소나기의 남자주인공을 좋아해요. 동화책으로 취향을 바꿔보려 하는데….” 동화책으로 취향을 바꾼다? 아마 자신의 존재를 소나기의 남자 주인공과 동일시하고 보니 동화가 좀 더 어울린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리라. 나는 다시금 남자에게 미치는 여자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동화 쪽으로 바짝 땡겼다. “아하! 훈이가 소나기 주인공 좋아하는구나. 역시 내 예측이 맞았네. 훈이는 천진하고 소년 같은 면이 많이 남아있는, 감성풍부형의 남학생이에요. 그래요 동화를 많이 읽어요 나도 많이 읽거든요. 훈에게 어울리는 여자친구는 좀 당차고 야무진, 그러면서도 속이 깊고 따듯한 형이 어울릴 것 같은데 좀 더 두고 볼게요. 우선 동화책을 아무거나 한 권 읽고, 그림동화도 좋아요. 소감을 보내줘요.” 훈이의 답이 왔다. “마음먹고 동화책을 사러 가서 서점주인이 권하는 ‘괴물나라’를 샀어요. 주인공 맥스는 사람들이 겪은 보통 어린아이를 나타내는 거 같아요.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괴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부모님께 혼나는 일도 놀다보면 자주 있었고…. 그렇게 혼나면 자기만의 생각의 세계에서 자신이 왕이 된다는 생각, 자신과 같은 괴물을 만난다는 생각을 하죠. 기분은 좋지만 그것도 잠시 부모님이나 가족이 없으면 쓸쓸해요. 가족이 그리워지죠…. 그래서 맥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집에는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는 저녁밥, 한참 놀고 해질 무렵 돌아오는 자신을 기다리는 부모님…. 소감 이렇게 쓰면 되는 건가요? 수고하세요^^*. 동화책은 한권 더 살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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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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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오한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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