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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3 13:55 수정 : 2005.03.13 13:55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공항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무턱대고 일찍 떠나는 것보다는 아이의 정체성이 갖춰지고 목표 의식이 생겼을 때 떠나야 효과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무작정 일찌감치? 자칫 적응실패 ‘득보다 실’

어학 목적이라면 초등 5~6학년 이후가 적당

해마다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유학을 떠난 초·중·고생은 1만490여 명으로 전년보다 3.6% 늘었다. 초·중·고생의 해외 유학은 2000년 이후 해마다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갈수록 나이대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중학교 2~3학년이나 고교 때 유학을 떠나던 1990년대와 달리 요즘에는 초등학생들이 유학을 떠나는 일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유치원 때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주부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를 조기 유학 보내기 위해 가짜 서류로 미국 비자를 받으려 하다 구속된 사건은 최근의 조기 유학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어린 자녀들을 일찌감치 외국으로 보내려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영어 습득’으로 모아진다. 어떻게든 영어에 귀가 뚫리고 혀가 잘 돌아가게 해서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하려는 부모의 욕심이 자녀의 조기 유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터넷교육업체 이루넷의 홍석범 차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의 영어교육에 목매다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아예 영어권 국가로 자녀를 보내려는 경향이 많다”고 분석했다.

조기유학 열풍 작년 초중고생 1만여명 떠나

부모 보살핌 없는 외국생활 정체성 혼란 스트레스, 탈선으로 이어지기도

대체로 유학 기간을 1~3년 정도로 짧게 잡고 있는 것도, 유학의 목적이 예전의 영어권 대학 진학이나 현지 취업에서 언어 습득과 숙달로 옮겨 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조금 보태서 말하면 최근의 청소년 유학은 ‘긴 어학 연수’쯤 되는 셈이다.

어린 나이에 유학을 보내는 것의 장점으로는 뇌 발달이 끝나지 않아 언어 흡수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과 발음과 회화 측면에서 원어민 비슷하게 숙달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주한캐나다교육원 이상미 홍보실장은 “초등학생들이라면 서너 달만 지나면 언어를 습득해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른 유학이 바람직한지는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목표 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유학을 떠나기 때문에 가치 판단과 정체성 형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어린 시절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할 나이에 외국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호 없이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사는지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미취학 아동의 조기 유학은 오히려 창의력 등 성장 단계에 따른 발달에 이롭지 않게 작용할 수 있고, 지나친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의 성격을 망칠 수도 있다”고 어린이 영어교육업체 이안플레이그룹의 이안씨는 경고했다.

정체성 혼란과 부적응은 아이들을 탈선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기러기 아빠’라는 기획 기사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담당한 한 상담원의 말을 인용해 ‘낙제, 분노 폭발, 약물 등의 경험으로 상담을 받는 한국 학생들이 종종 있다. 한국의 부모들이 잘되는 경우만 가상해 (조기 유학) 결정을 내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 학교에 저학년 때 외국 유학을 갔던 학생들이 적응에 실패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현직 교사들의 말 또한 조기 유학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 준다.

충분한 사전검토, 아이 성장 맞춘 적기유학을

목표의식·의지도 중요, 아니다 싶으면 눈치보지 말고 귀국 결단을

인터넷 영어교육업체 비케이커뮤니케이션 조범기 대표는 “적지 않은 부모들이 가시적 성과만을 노려 막연한 기대와 환상 속에 외국행 비행기에 자녀를 떠밀고 있다”며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녀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어린 나이에 무리하게 조기 유학을 택하기보다는 자녀가 스스로의 가치 판단 기준을 형성하고 유학에 대한 목표 의식을 갖춘 나이에 외국으로 보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학연수기관인 이에프코리아 정명숙 지사장은 “기초 지식과 정체성이 없는 단계에서 무모하게 조기 유학을 택하기보다는 충분히 사전 검토를 하고 아이의 사회적 성장 속도에 맞추는 적기 유학을 택하는 것이 유학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학 연수 목적의 유학이라면 초등학교 5~6학년 이후가 적당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루넷 홍 차장은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3학년 정도 되면 한국말을 거의 완벽하게 하면서도 다른 나라 말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라며 “단지 발음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외국에 보내서 한국말도 잘 못하고 영어도 어중간하게 하는 애로 만들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아동복지학과 이규리 교수도 “보통 아이들이라면 중학생은 돼야 언어의 구조나 문법 등을 이해하고 제대로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 형성된다”며 “아이가 외국에서 살 계획이 아니라면 어려서부터 국내에서 발음 공부를 꾸준히 시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유학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목표 의식과 의지도 중요하다. 부모가 시키니까, 친구들이 부러워하니까, 외국에 나가면 언어는 저절로 배워진다고 하니까 등의 이유로 훌쩍 떠났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이에프코리아 이경원 과장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방학 중 어학 체험 프로그램 등을 미리 이용해 봄으로써 자녀가 갈 의향이 있는지,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보면 좋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조기 유학을 결정하고 아이를 보낸 뒤에도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돌아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능률교육 김희선 초등교육팀장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린 뒤에도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거나 국내 교육제도에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 그대로 머무는 것은 아이에게 조기 유학 결정 그 자체보다 더 큰 해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대행기관>

한겨레 교환학생재단 www.haniedu.com (02)2000-6933

EF코리아 www.ef.com (02)3452-5210

국제교환학생재단 www.exchangestudent.co.kr (02)785-1044

AIFS 교환학생 한국본부 www.exstudy.com 1588-7151

드림아이 교환학생재단 www.dreamiedu.com (02)3444-0111

MBC아카데미 국제교류센터 www.mbciic.com (02)3481-3114

GEP 교환학생 www.goglobaledu.com (02)552-1041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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