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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3 14:32 수정 : 2005.03.13 14:32

수학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학교라는 곳에 입학했어요. 글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익혔어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죠. 그런데! 수학이 절 괴롭히는 거예요. 더하고 빼는 셈을 배우는 건 괜찮은데, 이상한 기호를 그려서 복잡한 공식을 외우는 건 정말 지겨웠어요. 수학시간만 되면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수학 때문에 학교도 다니기 싫어졌어요.

수학이 어렵다고 징징거리면 형 누나들도 맞장구 쳤어요. “그거, 어른 되면 다 소용없는 거야.” 그런데도 엄마 아빠는 수학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이해가 안 되면 달달 외우기라도 해야 한다고, 닦달만 하세요.

그러다 이 책을 만났지요. 〈수학이 없는 나라는 없을까?〉라는 책이죠. 왠지 눈길이 가던걸요. 정말 그런 나라가 없는지 나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수학이 없는 나라에선 나도 열심히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봤자 또다른 수학책일 게 뻔하다고요? 아니에요. 이건 시집이에요. 먼저 시 한 편을 읽어요. 알 듯 모를 듯 이상야릇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가 많아요. 그 다음엔 시 해설을 읽어요. 시에 녹아든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거죠. 그런데 그게 전부 숫자와 관련돼 있네요. 아하, 수학은 결국 세상과 사람에 대한 숫자 이야기군요.

이제 저는 체육시간만큼 수학시간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체육은 평생 건강하게 살아갈 기초 체력을 기르는 시간이지요. 건강만큼 소중한 게 있나요. 수학요? 수학은 사고와 정신을 위한 체육시간이지요. 평생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생각의 깊이와 세상 보는 눈을 길러주거든요. 잊으셨어요? 수학은 결국 세상에 대한 숫자들의 이야기라니까요. 전학년, 존 아가드 글, 기타무라 사토시 그림, 김은령 옮김. -주니어김영사/8900원.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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