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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4 14:27 수정 : 2006.12.04 14:27

“자, 이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뜬금없이 네모난 상자를 들고 물으니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의아해진다.

교정의 느티나무는 이파리 하나 없었지만 파란 초겨울의 하늘을 이고 있었다. 오늘부터 3학년은 특별 수업이 이어진다. 새로운 감동으로 1년 동안 이어온 출석 수업일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마무리에 들어간다. 아직도 가끔은 낯설지만 그래도 새로웠던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과 하는 수업 시간, 이제 각 반별로 매듭을 지어야 할 시간이었다.

오늘은 3학년 2반, 그들에게 시를 쓰고 감상하는 방법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풍선을 작은 상자에 넣고 큰 상자로 다시 몇 번을 쌌다. 그리고 원고지를 준비했다.

“상자 안에 들었으리라 생각되는 것이 무엇인지, 종이에 써 보세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한 줄 써 나간다. 사탕, 책, 초콜릿 등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조금씩 시의 세계로 빠져 들기 시작했다. 상자를 열어 풍선을 보여 주니 모두들 웃는다. 한 사람 앞에 하나씩 풍선을 나누어 주며 거기에 이름을 붙여 보라고 했다. 꿈, 사랑, 소망, 지혜….

“이제 불어 보세요. 너무 힘껏 불면 터지게 되고, 그렇다고 너무 약하게 불면 작게 됩니다.”

누구에게든 풍선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모두들 신났다. 아주 크게 불어 곧 터질 것 같은 풍선을 들고 있는 사람, 알맞게 불어 손에 들고 있는 사람. 함께 풍선을 불며 느꼈던 감정, 모습을 그대로 옮겨 쓰게 했더니 훌륭한 시가 되었다.

나는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좀 불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된다.

나의 꿈,
희망,
미래,
모두 다 여기에 넣고 싶다

힘들다

나에게 소중한 것
다시, 생각하는 시간.

<풍선불기>

심한 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한 학생이 쓴 <풍선불기>라는 시이다. 자신이 겪어온 시간과 앞으로의 삶이 풍선을 불면서, 그리고 그 느낌을 시로 옮기면서 그대로 나와 전해진다. 다른 학생들이 쓴 작품도 모두들 아름답다. 그들에게는 3년이 무척 어려운 시간이었으리라.

꿈은 여러 모양으로 보인다.
작은 꿈
예쁜 꿈
겁나는 꿈.

<꿈>

졸업을 앞둔 지금 얼마나 설렐까 하지만 그것은 겁나는 꿈이기도 하리라. 작품을 제출하고는 방송통신대학교 원서를 작성하기 위해 과학실로 뛰어가는 뒷모습이 장엄하게 보였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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