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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는 학생 모집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교육 철학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비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푸른숲학교 설명회에 참석해 학교 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푸른숲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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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대안을 키운다 3.학교마다 다양한 입학전형 실상사작은학교에 입학하려면 우선 3박 4일 동안 신나게 놀아야 한다. 입학을 원하는 예비 초등학생들은 전남 남원시 산내면 선돌마을에 있는 학교에 초대돼 조각 맞추기와 역할극, 용호쌍윷 등 다양한 공동체 놀이를 즐긴다. 아이들에겐 마냥 신나는 캠프지만, 교사들에겐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간이다. 5년째 예비학교를 진행해 온 이경재 교사는 “아이가 학교를 만나고 교사가 아이를 만나는 것이 예비학교”라며 “이후 교사와 학부모가 만나 생명과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삶에 대해 뜻을 같이하면 입학 전형이 모두 끝난다”고 설명했다. 대안학교들의 학생 모집 절차와 방법은 물론 기존 학교와는 전혀 다르며, 학교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신입생 모집은 보통 10월부터 시작되지만, 학교 설명회나 학부모 교실, 계절학교 등이 입학 전형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모집 시기가 정해져 있다고 보긴 힘들다. 대개 원서 접수를 통한 서류 전형과 학생 면담, 학부모 면담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학교별로 학부모가 준비해야 할 서류와 면담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전형 과정에서 이들 학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고유한 성격과 교육 철학을 이해하고 기꺼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당 이우학교는 학부모 지원서에 ‘생업 이외에 이웃과 사회에 기여한 바를 기술하라’는 문항을 넣었다.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이 생각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사는 부모들이 학교 설립취지를 더 잘 공감할 수 있다고 여긴 까닭이다. 간디학교는 이라크 파병이나 정신대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부모의 견해를 묻는다. 또 아이들이 이에 대한 실천 활동을 할 경우 동의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간디학교가 대안적인 삶과 사회를 위한 운동의 진지라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으면 입학 뒤 부모와 아이가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필선 교사의 설명이다. 장애인 통합교육을 하는 푸른숲학교는 학부모들이 통합 교육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장애아와 생활한 경험이 있는 비장애 아이들을 더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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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학교 통해 미리 경험하게 “교육철학 공감해야 모두 행복” 지원자 점차 늘어 추첨하기도 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를 미리 경험하게 하고 이를 전형 과정에 반영하는 학교도 있다. 과천 자유학교는 학부모들이 매주 한 차례씩 열리는 예비학교에 참여해 발도로프 교육을 체험한 뒤 입학 원서를 쓰도록 한다. 푸른숲학교에 지원하려는 부모는 바느질이나 수공 인형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학부모 교육에 적어도 2~3회 참여해야 한다. 무지개학교는 학교와 뜻을 같이 하는 교육공동체인 무지개교육마을 회원으로 활동한 부모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입학원서를 받는다. 지평선중학교나 성지송학중학교처럼 계절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주로 학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입학 전 학교와의 공감대를 넓히고 지원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절차들이다. 고양 자유학교 이철국 교사는 “대안학교들의 입학전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아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안학교들이 입시 전형을 실시하면서 부닥치는 가장 큰 문제는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는가’다. 받을 수 있는 학생 수는 한정돼 있는데 지원자는 해마다 늘어난다. 초기에는 대안학교를 고급 사립학교로 여기는 등 다양한 ‘오해’가 있어 그나마 가려뽑기가 수월했으나 요즘은 학교의 교육 철학에 동의하지 않거나 원치 않는 아이를 억지로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를 찾아보기 힘들다. 선발과 탈락으로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풍경은 경쟁 없는 세상을 꿈꾸는 대안학교들로서는 난감한 문제다. 간디학교는 3년 전 경쟁률이 무려 10 대 1까지 치솟자 입학 전형을 추첨제로 바꿨다. 태영철 교사는 “예비학교에서 신나게 놀다 간 아이들이 막상 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고, 내가 뭐가 부족해서 떨어졌나 괴로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추첨제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려는 이 학교의 교육 철학에 비춰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라 생각해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쪽은 추첨제를 불변의 원칙으로 여겨 언제까지나 고집할 생각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대안학교의 입학 전형은 학교가 성장하고 환경이 변하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 교사는 “학교의 교육 철학을 반영한 입학 전형을 마련하는 것은 모든 대안학교들의 숙제이기 때문에 대안학교의 학생 모집 방식은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로 변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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