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은 혼혈아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캘빈의 할아버지는 미국인 며느리를 거부했다. 하지만 캘빈은 그 할아버지의 마음을 눅일 정도로 재치있고 귀엽고 명랑한 아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곰곰이 생각한 뒤 슬기롭게 대처하는 캘빈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11살 때 한국으로 돌아와 큰집에서 함께 산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혼혈아이기에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이상하다는 취급을 받는다. 한국에서 동네 사람들은 캘빈이 혼혈아며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고 문제아로 취급하며 차별한다. 사실 캘빈은 총명하지만, 사람들은 혼혈아는 왠지 공부도 못하고 멍청할 거라는 이상한 선입견에 빠져 캘빈을 신기해 하며 쳐다본다. 또 한편으론 적대시한다. 졸업식 날이 떠올랐다.
비가 와서 교실에서 식을 하던 그날, 미국인처럼 보이는 어떤 외국인이 우리 반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우리 반에 혼혈아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신기하기도 하고, ‘누구이길래 여태 내가 몰랐을까’ 하는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 외국인은 귀찮게도 항상 문을 여닫는 일을 했어야 했던 맨 앞쪽 끝자리에 있는 나를 보고 서투른 한국말로 “안뇬” 하며 방긋 웃었다. 나는 그때 묘한 감정을 느꼈다. ‘누구의 아버지일까’ 하고 생각하며 일일이 뜯어보며 쳐다봤다. 그 외국인이 얼마나 민망했으면 처음 보는 나에게, 그것도 졸업식을 하던 학생에게 인사를 했을까? 나는 “헬로”라고 할지,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라고 할지 무척 망설였다. 물론 망설이다 타이밍을 놓치긴 했지만. 차라리 그때 “헬로”라고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면 차라리 속이 편했을 것이다. 잘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안뇬”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외국인을 빤히 쳐다보며 우리 반 아이들의 생김새를 일일이 생각하던 나의 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난 민망해서 텔레비전에 몰두해 아무도 안 듣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혼자서 열심히 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혼혈아를 차별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든 외국에서든 혼혈아에 대한 차별이 없었으면 정말 좋겠다.
한원희/수원 산남중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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