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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결혼과 임신을 다뤄 논란이 된 영화 <제니,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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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몽정기〉 이후 청소년들의 성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밀려오더니 최근에는 고등학생의 결혼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생들과 함께 이런 영화나 드라마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어린 신부〉와 〈낭랑 18세〉의 성공 이후 〈형수님은 열아홉〉, 〈여고생 시집가기〉, 〈쾌걸 춘향〉에 이어 최근의 〈제니, 주노〉까지 상당히 많은 드라마나 영화가 고등학생의 결혼이나 동거를 다루었다. 실제로 우리 삶에서 고등학생의 결혼은 1%에도 못 미치는 극소수의 이야기인데도 미디어에서는 이를 반복해서 다루고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들을 만들면서 일반화시킨다. 청소년의 임신이나 결혼을 이처럼 자주 소재로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문화를 동경한다. 따라서 이런 소재들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성’을 비롯한 어른들만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매력을 갖는다. 이런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가 겨냥하는 주요 층은 청소년들이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은 중고생들을 엄청난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철저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런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들이 대량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들은 청소년의 결혼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가 고등학생의 임신이나 결혼을 짧은 이야기(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재미있고 코믹하게 다루는 코미디물이다. 코미디의 특성상 당연히 어려움이나 갈등보다는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 해피엔딩의 결말을 기본 구도로 한다. 실제 우리 삶에서 고등학생이 임신하거나 결혼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냉대와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미디어에서는 이런 갈등이나 어려움을 진지하게 다루기보다 긍정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 줄 수 있다.
결혼 과정의 묘사도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다. 결혼은 중요한 약속이며 의식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많은 준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미디어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쉽게 결정해서 결혼까지 이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진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하는데 감각적인 면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빠나 엄마가 되려면 정신적으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도 미디어에서는 이런 부분이 삭제되어 있다.
십대들의 성을 다룬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시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십대들의 아픔을 우리 모두가 포용하고 따스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가 청소년들의 아픔이나 어려움과 함께하기보다는 그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해 진실을 왜곡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은 청소년들을 진지하게 배려해야 하며, 과대 포장의 가능성을 항상 생각하면서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정훈/과천 과천고 교사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 운동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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