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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3 16:34 수정 : 2005.03.13 16:34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영화 속 레이 찰스. 건반을 두드리는 손가락들의 모습이 검은 선글라스에 되비쳐 담겨 있다.


[영화대과학]

시각 장애와 인종 차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많은 이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솔 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Ray Charles). 실존 인물인 레이 찰스는 영화 〈레이〉가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영화가 마무리될 무렵 급성 간질환으로 숨을 거뒀다. 레이의 쌍둥이라고 할 만큼 비슷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제이미 폭스는 흑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레이는 시각 장애 흑인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누구의 동정도 바라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천재적 재능을 살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하지만 5살 때 눈앞에서 벌어진 동생의 죽음은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앞을 볼 수 없다는 불안감이 그를 마약의 유혹 속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마약(narcotic)이라는 말은 ‘마취시키다’, ‘마비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narkotikos)에서 온 말이다. 마약의 일종인 아편은 이미 6천년 전부터 통증과 고통을 없애는 약으로 사용됐다. 또 이질로 인한 설사와 탈수를 줄이는 약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영화 속 레이와 같이 불안에서 벗어나 쾌락을 느끼는 데도 쓰였다. 아편은 갈렌을 비롯한 그리스 의학자들도 흔히 사용했고 아라비아와 중국의 의서에도 등장한다. 화학자이자 연금술사인 파라셀수스는 아편을 ‘불멸의 보석’이라 부르며 치켜세웠다.

1913년 법으로 아편 무역을 금지할 때까지 19세기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아편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아편은 실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던 것이다.

아편의 효과는 아편에 포함되어 있는 모르핀이나 코데인과 같은 알칼로이드(식물에 함유된 염기성 물질)에 의해 나타난다. 아편에서 첫 번째 분리된 모르핀은 꿈의 신인 모르페우스(Morpheus)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모르핀은 진통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에 그 위험성에 대한 고려도 하기 전에 남북전쟁과 같은 전쟁에서 군인들에게 진통제로 마구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부상병들은 모르핀에 대한 심각한 의존성, 즉 중독 증세를 나타냈다.

모르핀의 뛰어난 진통 효과를 유지하면서 중독의 부작용을 없애는 물질을 찾다가 만들어진 것이 디아세틸모르핀이었다. 이 물질은 바이엘 제약회사에서 헤로인이라는 상품명으로 1898년 출시됐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 헤로인 또한 강한 중독성을 나타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강력한 진통제의 연구는 실패로 돌아가 버렸다.

마약을 복용하면 신체는 마약에 몸의 여러 가지 기능을 새롭게 맞추기 때문에 약의 투여를 중단하면 오히려 몸의 균형이 깨지는 금단 증상이 발생한다. 금단 증상은 영화 속에서와 같이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구토, 두통과 통증 등 다양한 증세로 나타난다. 따라서 몸은 계속 마약을 원하고, 내성에 의해 복용량은 점점 늘어난다. 마약을 과다 복용하면 호흡 억제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흔히 금단 증상을 이겨 내면 마약 재복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힘든 것은 신체적인 의존성보다는 심리적인 의존성이다. 레이가 진정 위대한 것은 이러한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모르페우스의 유혹을 스스로 이겨 냈다는 것이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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