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3 16:44
수정 : 2005.03.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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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엄마 나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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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길라잡이]
새 학기가 됐다. 사뭇 비장한 눈빛들이 교실 가득하지만 오래 못갈 것이다. 공부는 그렇게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뜬다고 되지 않는다. 즐기면서 몰두하고 다시 꿈꾸면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일체의 과정이 공부다운 공부이기 때문이다. 머리띠 질끈 둘러매고 나서는 공부는 산업화 시대의 잔재일 뿐, 청소년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은 특성화고교에 진학한 청소년들의 글모음이다. 특성화고교란 말 그대로 특성화된 고교. 특정 교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특성을 한껏 살려 내는 학교다. 과학이나 외국어를 내세운 특수목적고가 최상위권 성적 학생들의 의대나 법대 진학 수단으로 상당 부분 전락한 사실을 견줘 보면 정말 ‘이상한’ 학교다. 간혹 특성화고를 기존의 실업계 고교와 같다고 오해하는데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실제로 이 책을 펼쳐 보면 각 분야, 이를테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요리, 영상 제작, 관광, 통역, 금은 보석 세공, 아이티와 인터넷, 멀티미디어, 원예, 골프, 공예, 디자인, 도예, 승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과 소질, 적성을 살려 열심히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담겨 있다. 생생한 표현들로 가득 찬 십대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즐겁다.
이 아이들은 억지로 공부하고 어깨가 축 쳐져 학교에 가는 경우가 없다. 푸른 꿈을 한껏 키워 가는 해맑은 영혼들만 가득하다. 비록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지만 자신을 찾고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그들이 샘이 날 정도다. 채 피지도 못하거나 금세 시들고마는 일반고나 특목고의 대다수 학생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이 책을 읽고 특성화고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본인의 결정과 노력이다. 최선의 노력으로 자신을 가꾸어 나가려는 자세가 청소년의 필수 덕목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없이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살리는 또래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청할 청소년들에게는 어느 정도 자극이 될 것이다. 학부모들은 미래가 과거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닫고 2세 교육에 참고할 수 있다.
우리 자녀와 제자들이 자신만의 꿈을 살려 열심히 일하고 즐기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교육에 힘을 쏟는 목표가 아닐까.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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