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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0 20:12 수정 : 2006.12.10 20:17

너무나도 인기가 많은 - 고하나/제주 세화중 1학년

우리 집은 사방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세 방향이 밭으로 둘러 싸여 있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 집 주변에는 벌레들이 항상 모여 있다. 그 벌레들이 밖에만 있으면 괜찮은데 괜히 나를 자세히 보려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창문을 한번 열었다 하면 대여섯 마리의 모기들이 들어와서 나의 깨끗한 피를 빨려고 하는가 하면 언제나 창문에 달라붙어 내가 뭘 하는지 지켜보는 나방도 있다. 모기와 나방이 나를 사랑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난다. 그러나 모기와 나방보다 더 나를 사랑한 지네…. 지금 나는 나를 향한 지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때 나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보이질 않아서 찾으러 밖에 나가려고 했다. 신고 벗기 쉬운 슬리퍼는 다 젖은 상태여서 하는 수 없이 맨발로 운동화를 신었다. 왼쪽 발가락에 뭔가가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돌멩이 같은 거겠지 하고 그냥 엄마를 찾으러 나갔다. 그런데 느낌이 너무 이상해서 신발을 털어 보았다. 그런데 그 신발에서 나온 것은 내가 생각했던 돌멩이가 아니고 바로 지네였다. 나는 순간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 지네는 땅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동생은 내 발 냄새 때문에 죽은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죽을 것이었는데 죽기 전에 나와의 접촉을 원해서 내 신발에서 죽은 거라고 생각한다.

지네의 나에 대한 사랑은 또 있다. 그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일은 최근에 겪은 일이다. 나는 여는 때와 다를 거 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 날 꿈을 꾸었는데 내가 팔에 주사를 맞는 꿈이었다. 그때 주사 맞은 곳이 얼마나 아팠는지 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아팠다. 잠이 완전 깼는데도 아팠다. 나는 ‘꿈이 생생하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잠을 자려는데 너무 아파서 잠이 오질 않았다. 눈 감고 있으면 잠이 오겠지 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에서 살짝 살짝 간지러운 느낌이 나서 얼굴을 쓸었다. 그런데 밑에 뭔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불을 켜고 보았다. 그런데 그게 바로 지네였던 것이다. 난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어쩐지 꿈속에서 주사 맞은 곳이 잠이 깰 정도로 아프게 느껴지더라고 했더니. 그런데 지네 물린 팔은 붓지 않고, 이빨자국만 선명하게 있었다. 그때 아픔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자는 데까지 찾아와 나를 한 번 더 느낀 지네…. 지네뿐만이 아닌 다른 벌레들도 마찬가지로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런데 어쩌냐? 난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는데!



평/자연과의 교감, 사랑의 시각

농촌에서 사는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습니다. 맑고 시원한 공기, 반짝이는 별, 문밖에 나가면 만나는 꽃과 나무들……. 거기에다 하나 더, 빠질 수 없는 것이 곤충이나 동물과 같은 살아 움직이는 것들과의 교감입니다. 개미로부터 시작해서 콩벌레, 잠자리, 파충류까지 온갖 움직이는 것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어서 만지고 보관하고 싶어 합니다. 또는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곤충이나 동물들이 찾아와서 이뤄지는 예기치 않은 교감도 있습니다.

위 학생의 글은 이러한 교감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집에 들어오려고 창문에 매달리는 모기와 나방들, 내 발에 깔려 죽은 지네, 그리고 언젠가 잠자는 내 얼굴을 만지기 위해 찾아온 또 다른 지네, 그 놀라운 경험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귀찮음, 무서움’이 아닌 ‘사랑’이라는 시각으로 새롭게 잘 표현하고 있는 글입니다.

김규중/제주국어교사모임회장, 세화중 교사 muk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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