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0 20:59
수정 : 2006.12.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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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언니부터 해리포터까지 동화서 길어낸 인권이야기/사람답게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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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책세상 / 사람답게 아름답게
어른이 되어서도 동화를 즐겨 읽는 마음 따뜻한 변호사가 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차병직 변호사가 자신이 즐겨 읽은 동화 속에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인권’, ‘권리’, ‘법’ 등의 낱말을 지루하고 딱딱하게 설명하지 않고 우리들에게 익숙한 동화에서 이야기를 끌어 온다. 인권을 찾는 일은 ‘사람답게 아름답게’ 사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답게 아름답게>(바다출판사)는 올해 개정판으로 예쁘게 단장돼 나왔다. 동화책 속 장면들이 책 사이에 큼지막하게 환상적인 색감으로 펼쳐져 눈길을 끈다. 그가 인용한 동화들은 키다리 아저씨, 파랑새, 피노키오, 말괄량이 삐삐, 걸리버 여행기, 사랑의 학교, 몽실 언니 등 고전에서부터 근래에 나온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무려 50여편에 이르는데, 그 목록이 책 뒤에 저자의 설명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부모님과 아이가 또는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그 동화들을 읽으며 지은이가 말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또는 지은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인권에 대한 생각거리를 찾아 토론을 해 봐도 참 좋겠다.
이야기는 ‘인간의 권리’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인간이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란 질문에서부터 출발하는데, 그가 다룬 인권의 주제들을 다음과 같다.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권리, 평등권,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재판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사회권, 아동권, 동물권.
인권에 대한 대부분의 분야를 총망라하여 다루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이 책은 그 주제가 가지는 무게에 견줘 수월하게 읽힌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생각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생명권을 이야기하면서 인간복제와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평등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 신체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말하면서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43년10개월 동안 양심수를 감옥에 가둬둔 대한민국의 권력을 꼬집기도 하고, 아동권을 이야기하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생각하기를 강요하고 한줄 세우기를 시도하는 학교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권이란 무엇일까?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는 것, 나의 권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 나아가 동물들의 권리도 배려할 줄 아는 것, 가능한 겸손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일관되게 얘기한다. 목소리 높이지 않고 동화를 들려주듯 나직하게 말하는 그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가슴을 파고들어 생각의 둥지를 튼다. 이런 생각이 둥지에서 싹을 틔워 훨훨 날개를 달고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날아가 나의 인권, 나아가 주변의 소외되고 힘겨운 사람들의 인권도 살필 수 있는 겨울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송경영/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관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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