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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0 21:09 수정 : 2006.12.11 20:45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

아이들은 타고난 시인이다. 두운이니 각운이니 하는 말은 알지 못해도, 같은 음절을 옹알옹알 반복하면서 입말을 배운다. 운율은 알지 못해도, 흥얼흥얼 노랫가락을 만들어낸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꼬부랑 넘어갔더니/꼬부랑 바위에 꼬부랑 토끼가 꼬부랑 꼬부랑 춤을 추었어요.”

옹알옹알 흥얼흥얼 입말을 배우는데 재미를 붙인 아이에게 이보다 나은 우리말 놀이책이 있을까. ‘꼬부랑 할머니’라는 제목의 이 글은 꼬부랑 할머니가 고개를 넘어 토끼, 다람쥐, 황새를 만나 함께 예쁜 집을 짓고는, 뜰에 꽃도 심고 떡을 해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한 편의 전래동화이며 ‘꼬부랑’이라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놀이의 향연이자 자연스런 운율이 살아있는 시이기도 하다.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에는 이처럼 놀이와 이야기와 시의 경계를 허무는 15편의 글이 담겨있다. ‘해님과 달님’ ‘날씬한 뼈다귀’ ‘장에 가는 개구리’ 등 어릴적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어, 책장을 넘기면 마치 할머니에게 옛 이야기를 듣는 듯 정겨운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 오호선씨는 “아이와 함께 제멋대로 가락을 붙여가며 읽거나 소개된 내용에 상상을 보태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옛날 옛날에 깊은 산골에 초가집이 두 채 있었어요/앞집에는 옥순이네가 오그락오그락 밥을 먹고 오그락오그락 밭을 매고 오그락오그락 잠을 잤어요/뒷집에는 찍순이네가 찌그럭찌그럭 밥을 먹고 찌그럭찌그럭 밭을 매고 찌그럭찌그럭 잠을 잤어요.”

어느날 천둥과 비바람이 몰려와서 옥순이네 집은 오그라지고, 찍순이네 집은 그만 찌그러진다. 그 다음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오그라진 집을 오그락오그락 매만지고, 찌그러진 집을 찌그럭찌그럭 펼쳤을까? 작가는 뒷 얘기를 읽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며 이 엉뚱한 말놀이에 동참하라고 부추긴다.


오호선 글, 남주현 그림. 천둥거인/9800원.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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