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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4 14:43 수정 : 2006.12.14 14:43

또래지기클럽 회장 서지원(18)양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또래지기클럽’ 회장 서지원(18)양

몇년 전 공중파 TV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성애의 아우성'을 기억하는가. 이 프로그램은 남녀의 생식기 설명과 함께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된다는 고리타분한 학교 성교육과 달리 자위행위와 피임법 등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게 큰 매력이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성(性)은 부끄럽고 숨겨할 대상으로 여겼지만, '몽정기'와 같이 청소년을 성을 주제로 한 영화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10대부모, 리틀맘의 일생을 담은 다큐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아동·청소년,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몫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또래지기클럽' 청소년들은 성을 당당하게 꺼내놓고 이야기 하며,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아하’) 내 ‘또래지기클럽’은 10대 청소년이 모여서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토론동아리이다. 2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이들은 한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갖고 청소년기 자칫 왜곡된 성의식이 형성되는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연애, 피임법 등 일상적인 성 고민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11월에는 ‘빼빼로 데이’를 맞아 상업주의를 비판하며 ‘돈 안들이고 이성에게 고백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도 매년 ‘아하’에서 주최하는 성관련 캠프를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 청소년 성범죄 법률안 개선에 대한 서명 운동 등 사회참여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서지원(수도여고2)양은 4기때부터 ‘또래지기클럽’을 지키고 있는 베테랑 회원이다. 그는 중학교2학년 때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센터를 알게 된 후 꾸준히 클럽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남녀공학 중학교에서 키운 성적 호기심 '아하! 바로 이거구나'


한창 성적호기심이 무르익을 중학시절, 남녀공학을 다녔던 지원 양은 만화책이나 소설을 통해 성을 접하면서 궁금한 게 많아졌다. 특히 남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남자들과 야한이야기를 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성적농담도 자주 하게 됐다. 당시 한 남학생이 ‘비밀’이라며 꺼냈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아직도 뭇 남성들 사이에 속설로 퍼져있는 남자성기의 크기와 쾌락의 상관도이다.

하지만 ‘또래지기클럽’ 활동을 하면서 곁다리로 주워들었던 ‘잡학다식’한 성지식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아하’에서 진행하는 여름캠프이다. 또래지기캠프는 성교육또래지도자로 활동할 청소년을대상으로 리더십 훈련 및 성교육워크숍을 진행한다.

하지만 짜여진 프로그램에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다양한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매력만점이다. 올해로 ‘배짱(배려가 짱이다)’캠프를 진행하면서 주변사람과의 관계가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했다. 성범죄가 발생하는 원인도 남을 배려하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

'배짱캠프'는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한 이해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건강한 성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당시 캠프에는 청소년 26명과 지도자 6명, 이렇게 총 32명이 참여해 또래성폭력를 주제로 한 미디어 교육 및 토론 시간, 그리고 역할극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또래지기는 2006년 여름 ‘배려가 짱이다’라는 주제로 를 열었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중2때 참여했던 캠프에서 처음으로 콘돔을 만져봤어요. 비디오만 틀어주거나 따분한 학교 성교육과 달리 콘돔사용법 등 피임법을 배우면서 성관계보다 원치않은 임신을 위해 예방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동성친구끼리 엉덩이를 때리거나 가슴을 만지는 것도 ‘또래성폭력’이라는 것도 새롭게 인식하게 됐죠”

밝히는 '날라리'가 아니라 청소년 마음 이해하는 지도자로

서지원 양은 ‘또래지기’ 활동을 통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의식변화가 컸다고 말한다. 흔히 성에 대해 이야기 하면 ‘날라리’라고 여기는 사회통념을 당당하게 비판하며 자기활동을 알려나가는데 서슴지 않게 된 것.

사실 초기 활동할 때에는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의 반대와 눈치로 활동을 몰래 해왔다. 하지만 활동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실천적 경험으로 이어나가면서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실제 올해 한창 아동청소년 연쇄 성폭행사건이 발생할 당시 자발적으로 아동.청소년 상대 성범죄자 정보공개 강화 및 예방대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갈수록 성폭력 피해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울 때 불안해서 한국에서는 못 키우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그의 활동에 큰 힘이 되는 것은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이다. 비슷한 또래와 소통하고 진심이 통하는 센터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활력을 얻고 활동에 더욱 흥미를 얻는다. “부모님은 공부하는데 시간 빼앗긴다고 활동을 반대하시고 사회적으로도 성에 관련이야기는 어딜 가든 환영받지 못하는데, 센터에서는 즐겁게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사회복지전공, 레크리에이션 강사하고 싶어”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또한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또래지기’ 활동을 지원 양의 진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선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레크리에이션 강사 등 청소년지도자로 활동하다가 향후 실버복지(노인복지) 쪽에 종사하고 싶다. 단순히 성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자신이 보고 느꼈던 것들을 사회에 베풀려는 것. “몇 달 전에 꽃동네로 수련회를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때 친구들이 꺼려하는 일도 거뜬히 해내는 저를 보면서 주변에서 사회복지에 적성이 맞는 것 같다고 격려해 주고 활동하면서 느끼는 게 많으니깐 제 진로에 더 확신이 생겨요”

성(性) 솔직하게 꺼내놓고 얘기하자

앞으로 서 양은 많은 청소년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성문화축제를 활성화 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래지기’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많은 청소년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자기입장을 토론과정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글로 정리해 나가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는 것은 학교에서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성관련 법안을 비롯해 청소년기본법, 보호법 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이 그 사실을 몰라서 부당을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정상적인 성교육이 아닌 야한동영상을 통해 습득한 성지식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피임 등 기본적인 정보를 몰라서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에게 성을 알리는 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제 성은 더 이상 쉬쉬하면서 알면서도 모른 척 내숭떨어야하는 대상이 아니다. 지원 양은 말한다. “폐쇄적으로 감추려고 하지 말고 직접 알리고 예방하는 것이 옳다”고, 또 “솔직하게 꺼내놓고 이야기 하는 것 가장 좋다”고 말이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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