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7 17:34
수정 : 2006.12.17 17:39
아버지의 눈물 / 김선경/계화중학교 2학년
나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가 있다. 사실 과거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지난 9월까지의 일이므로.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눈물을 보인 날을 잊지 못한다.
그 때는 공부는 뒷전이고 오직 놀러 다니고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만 골라가면서 하고 집에 늦게 들어가고 그랬다. 그날도 어김없이 늦게까지 놀다가 막차(8시55분)를 타고 집에 들어갔다. 이런 나에게 보내는 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어서였다. 그래서 그날도 늦게 들어간 후 엄마를 보자 내가 먼저 화를 냈다. 그리고 말대꾸를 하고. 결국 엄마와 나는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곤조곤한 말로, 그 다음은 격한 말로, 그렇게 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니가 나에게 화를 냈다. 엄마에게 너무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언니와 육탄전을 벌이며 싸우고 열받은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늦은 밤중에 정신없이 걸어가는 데 엄마가 데리러 와서 못 이기는 척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엄마 아빠와 얘기를 했다.
“선경이 너 왜 계속 이러냐? 엄마, 아빠가 너희들을 훌륭하게 키우려고 농사일이 힘들어도 뼈 빠지게 일하는데.”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그 때 눈물이 와락 나왔다. 순간 ‘내가 뭔데 엄마, 아빠 가슴 아프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절대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몇 달 전 나의 과거다. 이런 딸을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일하다가도 일부러 나를 태우러 학교 앞에서 기다리시던 엄마의 수고도 지금은 고맙기만 하다. 지금도 가끔씩 내 성질을 못 참아 짜증을 내긴 해도 내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다. 2학년이 다 가기 전에 그동안 제대로 못한 학급 실장으로서의 역할도 잘 해보려고 하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고, 부모님 실망 시켜드리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끝까지 사랑의 눈물로 내 길을 다시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살펴 주신 엄마, 아빠가 정말 고맙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평] ‘방황의 끝’ 부모님의 사랑 있었기에 …
9월까지 방황과 일탈로 모두를 걱정스럽게 했던 선경이가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어느 날부터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영리한 아이라서 제자리를 찾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지만 방황이 길어지면서 좀 걱정스러웠던 시점이었다. 결국 같이 놀던 친구 하나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사태까지 치달았으나 선경이는 마침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선경이를 변화시킨 힘의 원천이 솔직하게 담겨 있는 글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삶이다. 이번에 교지에 싣기 위해 1년을 정리하면서 쓴 글에 나타난 선경이의 지난한 1년이 보여 좋다. 선경이의 방황의 끝을 확실하게 굳히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박인춘/전북국어교사모임. 계화중학교 교사.
namep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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