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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훈(왼쪽)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국장과 허형범 숭실중학교 교사가 19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민원실 직원에게 ‘중학교 종교강요 시정명령청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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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재단 중학교 교사 ‘종교강요 거부 선언’
종교 점수 낮으면 우등상 배제연 30차례 종교기관 탐방해야
‘성령’ 체험과정 학생 기절도
학생에 대한 과도한 종교 강요 요구를 견디지 못한 중학교 교사가 19일 ‘종교 강요 거부 선언’을 했다. 기독교 재단인 서울 ㅅ중학교에서 23년 동안 국어를 가르쳐 온 허형범(48) 교사는 이날 ‘학교 종교 자유를 위한 시민연합’ 등과 함께 학교의 ‘양심·종교(의 자유) 침해에 관한 사례’를 고쳐 달라며 서울시교육감에게 ‘시정명령 청구서’를 냈다. 허 교사는 이날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학교에 있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양심을 어겨가며 순진한 학생들을 특정 종교로 몰아가는 게 훨씬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허 교사는 “교사를 통한 학교 재단의 종교 강요가 조회 때부터 종례 때까지, 학기 초부터 학기 말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낸 청구서를 보면,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등교와 함께 조회 때 ‘경건회’라는 이름으로 성경 구절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로 마무리하는 약식 예배를 진행한다. 종례 때도 비슷한 행사가 진행된다. 학기 중에는 종교 과목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종교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과목별로 수여되는 우등상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종교 과목의 평가 항목에 종교기관 탐방이 들어 있어, 1년에 30여 차례 방문하도록 돼 있다. 허 교사는 “학교에서는 교회든 절이든 상관없다고 하지만, 종교가 없는 경우에도 반드시 가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또 지난해에 이어 학기 중에 ‘학생제자 훈련 과정(알파코스)’을 열었다. 토요일마다 6~7주 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교리와 예배, 설교, 기도 등을 가르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른바 ‘성령’을 직접 체험하는 과정이 있어 일부 학생들이 정신을 잃고 기절하기도 한다. 허 교사는 “지난해 말 교장에게 공식적으로 개선 요청을 하고 부당한 지시는 따를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가 오히려 강한 질책만 들었다”며 “감독 기관인 교육청에 문제 제기를 하고, 안 되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시민단체는 공동논평을 통해 “ㅅ중에서 행해진 종교행위는 청소년에게 건강한 종교의식을 함양하는 취지를 넘어선 것”이라며 “선교의 자유만 앞세워 학생과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ㅅ중 교장은 “우리가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세운 학교이기 때문에 교회에 나가자고 권유하는 것”이라며 “학생 의사에 반하도록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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