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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고 진한빛 (울산제일고등학교 1학년) 영국의 식민지로 고통받았던 아일랜드.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아일랜드가 독립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을 담고 있다. 영화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젊은이들이 즐겁게 하키를 하며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영국군의 무자비한 폭력과 억압으로 인해 영화에서 평화로운 장면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테디와 데이미언을 비롯한 아일랜드인들은 독립군을 조직하고 게릴라 전투를 벌여 영국군에 무력으로 저항한다. 무력으로 많은 영국군들을 죽이지만 그만큼 아일랜드인의 희생도 많다. 어느 날, 상부로부터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는 전보를 받는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독립은 완전하지 못한 독립이었다. 아일랜드를 영국에 속해 있는 자치주로 하자는 조약이다. 여기서 형 테디와 동생 데이미언의 주장이 나뉘게 되고 비극적인 스토리는 절정에 다다른다. 테디는 영국의 조약을 받아들여 더 이상의 희생은 없도록 하자는 주장이고, 데이미언은 지금까지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며 계속 투쟁해서 완벽한 독립을 얻자고 주장한다.(중략) 그 당시의 여러 상황에서 볼 때 나는 형의 주장이 더 현명했다고 본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할 만큼 식민지를 여럿 가지고 있는 아주 부강한 나라였다. 그런데 제대로 된 정식 군대조차 없는 아일랜드가 민중의 힘만으로 완전한 독립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모한 일이다. 그들이 계속해서 투쟁한다면 영국은 본격적으로 그들을 진압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큰 희생이 발생함은 물론이고 독립의 꿈은 다 날아가 버릴 것이다. 본래 그들의 목적은 지독한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영국 군인이 아일랜드인을 짐승 다루듯 대하고 그들의 자유를 빼앗아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치국으로 인정받게 되면 영국의 야만적인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상황에서 계속 투쟁하여 완전한 독립을 얻자는 것은 동료를 잃은 슬픔과 그에 대한 복수심에서 생긴 충동에 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이상을 품고, 그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현실에 충실하지만, 이상은 현실과 조화롭게 공존하지 못하고 충돌할 경우가 많다. 이상은 인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이상은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아일랜드의 조건과 상황으로 봐서 동생의 주장과 선택은 더 큰 희생을 초래할 것이기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한 형의 주장이 더 현명하다고 본다.
[평] 나의 주장, 미끄러지듯~ 설득하기 대립하는 두 가지 주장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주장의 타당성을 매끄럽게 잘 풀어 나갔다. 간략한 줄거리 정리도 주장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힘이 강한 쪽의 지배를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은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론이 궁색해질 수 있다. 고용우/울산제일고 교사. <함께 여는 국어교육> 편집장 koyongu@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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