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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진/함영논술아카데미 대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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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지식은 진리인가 ② 과학적 지식의 새로운 의미 데카르트에 의해 과학적 지식이 진리의 반열에 오르고 과학적 낙관론까지 나아갔으나 역사적으로 과학 지식을 살펴보면 절대 불변의 진리는 없는 것 같다. 먼저 데카르트의 역학은 현대 과학에 의해 오류임이 판명됐다.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까지 많은 물리학자들은 뉴턴 물리학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었지만 이후 상대성 이론과 양자물리학의 발전은 이러한 생각이 근거 없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학 지식의 역사를 고찰하며 칼 포퍼는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을 들어 과학적 진리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과학적 지식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과학적 지식의 핵심은 반증 가능성에 있다. 반증 가능성이란 모든 과학에 대해 반증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반증을 통해 기존 과학에 오류가 있음을 밝힐 수 있고 잘못된 지식은 제거돼 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고 누적되면서 과학은 진리를 향해 진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 개념을 들어 과학 지식이 누적적으로 진보한다는 칼 포퍼의 생각과 다른 견해를 밝혔다. 쿤은 한 시대의 과학적 가설, 법칙, 이론, 믿음, 실험의 총체를 패러다임이라고 불렀다.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패러다임에서 다른 패러다임의 변환(paradigm shift)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종교를 바꾸는 것과 같이 비합리적인 과정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환 과정에서 새롭게 얻는 것도 있지만 잃어버리는 과학도 많았다는 것이다. 최근에 과학적 지식은 엄밀한 의미의 과학적 연구 절차와 방법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맥락이 개입되어 과학자들 간의 ‘합의’로서 성립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아가 현대과학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참여해서 과학의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과학적 연구 절차와 방법은 과학자의 가치관이나 심미적 요소가 배제되므로 과학 지식은 객관적 지식이며 문화적, 사회적 맥락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 과학 지식과 관련된 사회 문제의 원인은 과학 지식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지식을 이용하는 정치적·문화적 요인 때문이라는 주장을 많이 접하게 된다. 지금까지 과학 지식 그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반론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과학 지식은 진리인가? 과학 지식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현재 과학 지식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위상은 정당한가? 과학 지식과 관련된 여러 사회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과학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함영논술아카데미 대표 강사 kiwi_k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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