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4 20:18
수정 : 2006.12.24 20:18
이유미의 숲 이야기 /
성탄절이면 떠오르는 나무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나무는 주로 전나무입니다. 서양의 전나무와 우리 전나무는 다르지만 말이죠. 특히 전나무집안 나무이면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는 세계에서도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로 소문나 있답니다.
또 하나는 호랑가시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성탄 장식할 때 쓰는 동그랗고 빨간 열매에 잎 가장자리가 삐죽삐죽한 잎을 생각해 보세요. ‘아하! 그 나무이구나’ 싶죠?
우리말 이름이 재미있게도 호랑가시나무가 된 것은 잎 가장자리에 굳는 가시가 너무 세고 날카로워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나무여서라고도 하고, 그 가시가 호랑이의 발톱처럼 무서워서 호랑이발톱나무라고도, 호랑이등긁기나무라고도 한답니다. 영어 이름은 홀리(Holly)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호랑가시나무는 차이니즈 홀리 (Chinese Holly), 유럽에 자라는 종류는 잉글리시 홀리, 미국에서 자라는 것은 아메리칸 홀리라고 하지요.
호랑가시나무가 성탄 장식으로 쓰인 데는 이야기 하나가 전해옵니다. 성탄절의 주인공 예수가 가시관을 쓰고 이마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그 고통을 덜어 주려고 몸을 던진 갸륵한 새가 있었는데, 바로 로빈(지빠귀과의 티티새)이라는 작은 새였답니다. 로빈은 예수의 머리에 박힌 가시를 자신의 부리로 뽑아내려고 온 힘을 다하였지만 번번이 자신도 가시에 찔려 가슴이 온통 붉은 피로 물들게 되고 결국은 죽게 되었지요. 그 로빈들이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잘 먹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귀하게 여기게 됐고, 함부로 따면 집안에 나쁜일이 생긴다는 믿음까지 보태어져 이 나무를 신성시하고 소중히 아꼈으며, 그러다 보니 이 나무로 기쁜 성탄을 장식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합니다.
호랑가시나무의 잎과 줄기를 둥글게 엮은 것은 예수의 가시관을, 붉은 열매는 예수의 핏방울을 상징하고, 희기도 노랗기도 한 꽃은 우윳빛 같아서 예수의 탄생을, 나무껍질의 쓰디쓴 맛은 예수의 수난을 뜻한다고 하니, 예수의 나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호랑가시나무의 붉은 열매들이 더욱 의미있게 느껴지지요?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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