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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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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정상화 대책 효과 있을까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설립된 서울·경기지역 외국어고들이 영문성적표를 부풀려 발급하는 등 갖가지 파행·부정 운영을 해 왔음이 드러났다. 교육 당국은 외고 선발시험 방식을 손질하고 학교 운영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몇가지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외고 정상화라는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어린 초·중학생에게까지 무거운 공부 부담을 지우는 외고 입학 경쟁의 본질은 ‘예비(사전) 대입 경쟁’이므로 이를 외면한 대책은 실효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입 제도의 개선·보완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수목적고 정책 지속 여부를 검토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일계 특별전형 도입 놓고 대학 반응 ‘시큰둥’
비교내신제 적용 안해도 내신 비율 낮춰 특혜
특목고 ‘사전 협의제’ 효과도 미지수…재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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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관계자가 학부모 설명회에서 “내신성적 300점 만점 중 한 과목만 5% 안에 들면 만점을 주기 때문에 (내신은) 무시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봉주 의원실 제공(위).외고 관계자가 학부모 설명회에서 “내신성적은 전혀 반영되지 않으니 영어만 신경쓰라”고 말하고 있다. 정봉주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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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계 특별전형 ‘무력화’=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외고 등 특목고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며 도입한 유일한 장치가 ‘동일계 특별전형’이다. 외고에서 외국어를 더 깊이 공부해 어학계열로 진학하면 가산점 등을 주는 것이다. 외고의 설립 취지에도 맞고, 어학계열 진학률 저하 추세도 막아보자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대학들은 시큰둥하다. 서울대부터 거부했다. 대신 특목고생에게 유리하다는 특기자 전형은 올해 21.4%(683명)에서 30% 안팎(1천여명)으로 더 늘린다. 이재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동일계 특별전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아직도 의견이 불분명하다.
11일 현재 동일계 특별전형을 하겠다는 대학은 숙명여대·성균관대 등 20곳에 지나지 않는다.(표 참조) 모집 인원도 미미하다. 대부분 모집단위 정원의 10% 미만이다. 이에 동일계 특별전형은 벌써 ‘빈사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외고 교장들은 ‘동일계’ 범위를 어문계열에서 인문계열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외고가 입시 교육하는 일반고로 변질된 것을 인정받겠다는, 주종이 바뀐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수능 비교내신제 금지해야=특목고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쪽에서 대표적 ‘특목고생 배려 수단’으로 지목하는 것이 수능 비교내신제다. 비교내신제는 검정고시를 치른 학생처럼 학생부로 전형하기 어려울 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환산해 내신 점수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려대 등은 지난 1997학년도 대입에서부터 공식적으로 이를 특목고생들에게 적용했다. 성적 좋은 학생들이 많아 내신에서 ‘저평가’되는 걸 감안해 줘야 한다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일반고 학생들보다 기회를 더 주는 부당한 특혜”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렇게 비교내신을 허용하면 외고생들이 동일계 아닌 학과로 진학하는 데도 불리하지 않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의 입학전형 자율화를 이유로 ‘비교내신제 금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일계 특별전형이 도입됨으로써 비교내신제는 금지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이기봉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동일계 아닌 계열에선 이런 전형을 할 수 없어, 내신 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교내신제를 해 온 대학들은 아직 태도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고려대 쪽은 “교육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만 말했다. 비교내신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신의 실질 반영비율을 낮추면 특목고생들에게 불리한 정도가 줄게 된다. 경기지역 한 외고 교사는 “외고가 법대·의대 가기에 불리하지 않는 한, 학부모들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목고 정책 재검토할 때”=지난해 지방선거 때 후보들의 공약을 집계해 보니 신설하겠다는 특목고가 110곳이나 됐다. 교육부는 △외고의 신입생 모집지역을 2010학년도부터는 광역 시·도로 제한하고 △특목고 지정에 앞서 교육부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사전 협의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외고 급증 추세를 진정시키자는 정도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으로 대입 경쟁이 다소 완화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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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동일계 특별전형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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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외고 정상화 방안들이 ‘응급처방’ 수준이라는 공감이 퍼지면서, 특목고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고를 처음 특목고로 지정했던 1992년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어는 97년부턴 초등학생들도 배우게 됐으므로 이젠 외고에서 영어과는 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올해 ‘특수목적고 정책의 적합성 연구’에 착수했다. 강영혜 교육개발원 교육제도연구실장은 “특목고 정책을 왜, 어떤 목적으로 도입했는지 등을 비롯해 특목고 제도 전반에 걸쳐 근본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수리문제 못내도 “통합논술 논란 우려”
내신비율 늘리면 “사교육 부담 커질것”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일 ‘서울지역 외고 입학전형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중학 과정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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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외고 2006학년도 내신반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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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안은 △중학교 수준 문제 출제 △내신 실질반영률 제고 △수학·과학 문제 배제 등을 뼈대로, 올해 입시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지나치게 어려운 외고 입시로 인해 중학교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초등학생까지 사교육을 받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일정한 수준의 진정 효과는 낼지 모르지만 대단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고교 본고사’라는 지적(그림 참조)을 받아온 구술·면접 시험에 대해 교육청은 계산식 수학·과학 문제를 못 내게 하고, 해당 과목 교사를 출제위원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처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한 입시학원 임원급 강사는 “도형 문제 등은 출제가 가능한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수학적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며 “변별력을 위해서라도 문제를 꽤 어렵게 낼 것이고, 자칫 대입 ‘통합논술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예 구술·면접고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내신 비중을 높이고 중학교 수준에서 출제할 거라면 굳이 구술·면접을 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내신 실질반영률을 30% 이상 올리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내신 사교육’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재갑 한국교총 대변인은 “초등 저학년부터 특목고를 대비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내신 준비반’ 등 또 다른 형태의 대응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고 고교 자율에 맡겼다는 점도 문제다. 개선안에 담긴 특별전형 선발인원 감축이나 내신 100%로 선발하는 ‘학업우수자 전형’, 일반전형 내신 실질반영률 30% 등이 모두 권고 사항일 뿐이다. 이경복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외고 교장단과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잘 지켜질 것”이라며 “교육감 의지도 학교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발 방식을 포함해 좀 더 적극적으로 외고 문제를 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장 추천을 받아 추첨하거나,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하는 방식 등이 그것이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외고가 대학 가기에 유리한 이상 이런 식의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외고 입시를 추첨으로 하고,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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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학년도 한 외고 입학시험 구술문제>
트레일러 기사는 어느 공장에서 생산된 직원기둥 모양의 상수도관 2개를 트레일러에 싣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이동 중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트레일러 위에 직육면체 모양의 단단한 상자 안에 상수도관을 고정하여 이동하기로 했다. 아래 그림은 상수도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널빤지를 꼭 맞게 끼워서 고정시킨 것이다. 이 때, 널빤지의 길이 L을 말해보시오.(단, 널빤지는 어떠한 외부의 힘에도 휘어지거나 부러지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두께는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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