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4 21:19
수정 : 2007.01.14 21:26
논리로키우는 논술내공 / 만족화(satisficing)-절충과 타협의 기술
일처리에서 공정한 절차(fair process)는 매우 중요하다. 의견을 최대한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론을 하나로 모을 것. 공정한 절차의 요건들은 이렇다. 하지만 각지각색의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시키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때로는 협의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 큰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고, 억지로 타협점을 찾다보니 결론은 엉뚱한 쪽으로 치닫곤 한다.
대화 없이 한 쪽의 뜻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더 위험하다. 전쟁은 일방적인 결정의 대표격이다. 상대가 내 뜻을 따르도록 힘으로 짓밟는 것이 전쟁이다. 그러나 뒤끝 없는 싸움은 없다. 무시당하고 억눌린 쪽을 다독이지 않으면, 언제건 상대방은 다시 대들어 올 터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여서, 협의 없는 ‘통보’와 ‘방침’치고 분란 없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여러 의견을 잘 조율해 최선의 방안을 이끌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완벽한 결정’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에 따르면, ‘완벽함’이란 내가 원하던 바를 100% 얻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필요하고 마땅히 있어야 할 모든 항목과 특징과 수준을 갖추었다면’, 이를 ‘완벽한 결론’이라고 봐도 좋겠다.
‘완벽함’을 이런 뜻으로 받아들이면, 대화는 훨씬 부드러워질 터다. 내 주장이 꺾여도 상관없다. 원래 내가 설득시키려고 했던 “○○이라는 사항이 ○○한 정도”로 받아들여 졌다면 말이다. 전투기 설계를 예로 들어보자. 해군과 공군이 바라는 전투기의 능력은 서로 다르다. 해군은 배에 실을 만큼 작으며, 항공모함의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을 만큼 엔진이 뛰어난 비행기를 원한다. 공군은 무기를 충분히 실을 만큼 덩치 있고 날개가 큰 전투기를 원한다. 해군과 공군의 요구 사항은 서로 충돌한다. 어떻게 이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
‘필요하고 마땅하게 갖추어야 할 항목과 특징을 갖춘 수준’이라는 잣대로 보면, 합의점은 쉽게 보인다. “좁은 공간에 여러 대를 실을 만하고, 무기를 충분히 탑재하면서도 날렵한 전투기”를 설계한다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논의는 흔히 논쟁이 돼버리기 쉽다. 상대 주장을 꺾어야 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반면, 이렇게 ‘완벽한 결과’에 대한 잣대부터 합의하고 논의를 한다면, 그 다음 논의는 생산적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팬텀이나 에프(F)-18같은 전투기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사회학자 허버트 에이(A). 시몬은 의사결정이란 ‘만족화(satisficing)’ 과정이라고 말한다. 만족화란 ‘만족시키다(satisfying)’와 ‘충분하다(sufficing)’를 합한 말이다. 곧 ‘최선은 아니지만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얻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좁은 공간에 구겨 넣을 만큼 작으면서도 무기까지 가득 달 수 있는 비행기’는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결정이란 부닥친 한계들 속에서 타협과 절충을 이루는 과정이다. 이 속에서 양 쪽이 합의한 기준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 중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낼 터다.
물론, 논의를 통해 합의의 기준을 정하는 과정도 녹록치 않다. 길고 어려운 과정 중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다음의 원리를 마음에 새겨야 한다. 첫째는 ‘자비의 원리(Principle of Charity)’ 다. 자비의 원리란 특별히 반대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한, 상대의 주장은 옳으며 나름의 정당한 이유와 사정이 있다고 믿는 원리를 말한다.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건 삐딱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상대 주장은 항상 ‘이기적이고 고집불통이며 현실을 모르고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억지 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상대도 역시 나름의 경험과 이유 아래서 최선의 안을 찾으려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들을 억누르고 자비의 원리를 잃지 않는다면, 최고의 합의와 결론은 어느덧 현실이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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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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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욕구 지연의 원리’도 익히고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당장 이루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숙한 어른은 원하는 바를 얻기까지 오래 기다리며 노력할 줄 안다. 오래도록 바라고 준비한 결과일수록, 더 성공적이고 달콤한 법이다. 당장 원하는 바를 얻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하게 협상에 나서보자. 성숙한 인격들끼리는 설득과 타협도 쉽다.
안광복 중동고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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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최근 어느 자동차 회사의 노사는 상여금 지급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새해 시무식부터 폭력이 벌어졌고, 사 쪽은 10억원의 손해배상을 노조에 청구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여론도 별로 좋지 않아서, 이 회사 차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조금씩 나올 정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노사가 서로 최고의 절충과 합의점을 이끌어낼 방법은 무엇일까요?
체조 연습
합의를 위해서는 서로의 주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자비의 원칙’에 따라 각각의 주장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믿음으로 양 쪽의 입장을 꼼꼼하게 챙겨봅시다. 그리고 양 쪽이 모두 받아드릴 만한 ‘완벽한 결론’이 무엇인지를 먼저 짜봅시다. 지도를 갖고 있으면 길을 찾기가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도달해야 할 결론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논의도 속도감 있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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