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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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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먹고 싶다고 하면
얼른 끓여주시고
또 두부된장국 먹고 싶다고 하면
또 얼른 끓여주시는
엄마가 좋다. 아무도 없을 때
오줌 마렵고 다리가 아플 때
내가 엄마를 부르면
빛처럼 달려오신다. 나는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아주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평
기교 너머 진정성 엿보여 잔잔한 감동 제호는 몸이 많이 아프고 불편합니다. 방안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합니다. 딸(김푸른샘)과 제호를 만나러 간 날, 제호는 많이 아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가르치고 나자 3학년 1학기 국어책, 첫 단원에 나오는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함께 읽어보고 감상하는데 제호는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기억을 얘기하다가 억울함이 너무 많이 켜켜이 쌓여 소리없이 내내 울었습니다. 제호는 제 휠체어를 발로 차버린 녀석들, 침을 뱉고 놀리던 지난 날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그늘과 눈물을 사랑하는데 넌 누굴 사랑하니?” 이렇게 묻자 아주 조그마한 소리로 “엄마아 ”하고 대답합니다. 제호가 태어나서 처음 쓴 시랍니다. 삶의 체험을 녹여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해서 곧 ‘천재시인’이 될 거라고 칭찬을 마구마구 퍼부었습니다. 미사여구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진정성이 읽는이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친구에게 이웃에게 차별과 무시의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 아이들, 그러고도 아파하지 않는 로봇같은 아이들 속에, 많이 아프고, 아파하고, 상처받는 제호가 순결하고 귀하게만 느껴집니다. 월요일에 만나자고 했더니 씨익 웃던 제호 모습, 월요일에 얼른 보고 싶습니다. 정미영/서울국어교사모임, 서울염창중 교사 saemnuri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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