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6 18:17
수정 : 2005.03.16 18:17
“비지성적 전문가만 키울까 걱정”
“대학을 행정기관의 하나로 보거나 투자기관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학 자체는 물론이고 우리사회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입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16일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한국 대학의 현실과 이상’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대학은 산업’이라는 경제 논리 위주의 대학개혁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학은 산업’이라는 명제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 논리가 너무 비약해 눈에 보이는 서비스만을 강조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이라면서 “지나친 비약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이어 “90년대 미국 신경제의 기초는 70년대 대학교육이 지향한 ‘응용보다는 기초를, 좁게보다는 넓게 가르치라’는 목표에 의해 달성된 것”이라면서 “대학이 정부나 기업에 너무 손을 벌리는 것보다 기본교육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학 개혁의 핵심 지향점인 ‘산학협력’에 대해서도 정부의 시각과는 다른 태도를 취했다. 그는 “눈앞의 문제 해결에 바빠 산학협력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학 스스로 발전하지 않으면 산학협력이 불가능하다”며 “기업이 좋은 인재를 원한다면 기초가 든든한 학생을 받아 직장내교육훈련을 거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대학교육은 너무도 기능 위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때로는 막스 베버가 말한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기조차 하다”고 대학 현실을 우려했다. 이어 “대학이 이차적이고 직업적인 훈련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가 그와는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대학은 직접적 효용성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 진리 그 자체, 연구 그 자체의 의의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의 산업적 혹은 실용적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시각과는 큰 차이를 드러내는 지점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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