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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9 16:12 수정 : 2007.01.29 16:12

활력프로젝트에서 각 학교 학생회 학생들은 지난 1년동안 활동하면서 쌓인 고민에 대해 토론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회 기(氣) 살리기 위한 활력프로젝트 현장

“교장 선생님이 바뀐 이후에 서울에 있는 대학 많이 보낸다고 축제를 없앴어요. 학생회에서 축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바뀌지 않더라고요.” 2학년에 올라가서도 학생회에서 활동할 계획이라는 기기철(고1)군이 그동안 가슴속에 쌓아둔 이야기를 하소연하듯 털어놓는다. “축제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기군은 ‘축제 때 학교에서 예산을 주지 않아 활동하기가 어렵다’는 동료 학생들의 이야기에 ‘나도 저런 고민 한번 해보고 싶다’는 표정으로 귀 기울인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과 서울지역고등학교학생회연합모임이 27일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는 1, 2학년을 대상으로 학생회 기(氣)살리기 위한 ‘활력 프로젝트’를 열었다. 지난 1년간 두발규정 개정을 요구해도, 옆 가방 메기를 요청해도, 축제 예산을 늘려달라고 부탁해도 학교 측의 일방적인 “안돼” 소리만을 들었던 15개 학교 40여명이 모였다.

서울 내 곳곳에서 온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은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고,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후원자가 됐다. 한 학생이 “학생회 활동에 오히려 학생회 구성원들이 더 관심없다”고 걱정하자, 주변에서 “네가 먼저 나서서 잘해보라”고 격려한다.

지난 1년간 학생회 활동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을 털어놓는 토론시간은 그야말로 성토대회 시간. 학생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던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하나둘씩 꺼냈다.

올해 학생회장 후보에 나선다는 이정흔(고1)양은 지난해 학생회에서 ‘정수기 컵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실행한 과정에 대해 털어놓았다. 학교 정수기에 컵이 없어 학생들이 불편한 모습을 지켜본 학생회에선 학교에 ‘컵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학교에선 같은 컵을 사용할 때 생기는 양호 문제로 허락하지 않았다. 정흔양은 “학생회에서 종이컵이라도 설치 할 수 없겠냐고 물어봤지만, 학생들이 종이컵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며 속상해했다.

서수영(고2)양은 학교에서 두 번 열렸던 공청회 이야기를 했다. 한번은 두발규정 개정문제를 논의하고, 또 한번은 옆 가방 허용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교사, 학부모, 학생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너희가 공부만 잘하면 허용하겠다”는 교장의 한마디에 공청회는 흐지부지 되었다고. 수영양은 “공청회를 열어도 바뀌는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을수록 각 학교 교장, 학생부장에 대한 성토가 뒤따른다. 한 학생이 “학교에선 돈이 들지 않는 것이나, 선생님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 것만 허용한다”며 목청을 높이자, 다른 학생은 “교장을 학생들이 직접 뽑으면, 학생들 의견을 좀 수용하지 않겠느냐”고 대안을 내놓았다.

밤 8시 30분부터 진행한 토론은 10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학생회의 어려움을 해결할만한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그동안 답답했던 것을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만족한 표정이다.

기철군은 “힘들었던 것을 이야기만 했는데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며 “다른 학교는 그래도 공청회까지 열면서 학교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은데, 나도 학교로 돌아가면 선생님을 설득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취재하며 만난 학생회 학생들은 예산 등 학교에서 지원부족, 두발규정 개정 요청 거부 등 사업에서의 제약에 자유롭지 않았지만,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 먼저 포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담금질하며, 올 한해 학생회 활동에 대한 포부를 세겼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학우들을 위해 학생복지 개선, 학생인권 실현, 학생의견 수렴을 하고자 하는 학생회. 지난 경험을 통해 학생회 구성원들도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토론을 끝낸 학생회 학생들은 서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올 한해 학생들을 위해 잘해보자”고.

한편 활력프로젝트를 기획한 21세기청소년 공동체 희망의 김종민(23) 간사는 “공부에만 관심 있는 학교에선 학생회의 활동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학생회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올해는 학교의 인식이 바뀌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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