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1 20:11
수정 : 2007.02.01 21:49
2005년 153곳 예·결산 분석
예상지출 늘려 등록금 올린 셈
지출은 늘려잡고, 수입은 줄여잡는 대학들의 부풀리기 예산편성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2005년 전국 사립대 153곳의 예산·결산 분석자료를 보면, 대학들은 지출예산을 결산에 견줘 1조23억원 부풀리기로 편성했고, 수입예산은 2341억원 줄여 편성해 모두 1조2364억원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해에 등록금 인상으로 늘어난 금액은 3921억원으로 전체 부풀린 금액의 31.7%에 지나지 않았다. 이수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예산·결산 차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단순한 예측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예산만 정확하게 짜면 등록금 인상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풀리기 예산편성은 전년도와 견줘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2004년엔 수입예산 축소 119억원, 지출예산 확대 1조132억원 등 모두 1조252억원이 부풀려 편성됐는데, 2005년엔 1조2364억원으로 20.6%나 늘어났다. 대학들은 이렇게 남긴 금액을 모두 적립금 및 이월금으로 넘겼다. 2005년 애초 계획한 적립금 및 이월금 규모는 3323억원이었으나, 최종 액수는 그 다섯 배 가까운 1조5687억원이었다.
부풀리기 예산편성은 특히 수도권 대학들에서 심각했다. 550억원으로 2위를 차지한 고려대를 비롯해, 홍익대·서강대·건국대·숭실대·동국대·연세대·숙명여대 등 수도권 대학 13곳이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이들 대학의 부풀린 예산은 등록금 수입 증가분의 1.6~21.5배에 이르렀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과장은 “사립대의 자율성 때문에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연 연구원은 “교육부가 늘 되풀이하는 얘기”라며 “강력한 행정조처를 통해 사립대가 합리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