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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4 20:12 수정 : 2007.02.04 20:14

나무야, 안녕

시인 도종환 선생님이 집 뒷마당에 자두나무를 키웠더랬습니다.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리가 꺾였답니다. 어찌 되나 지켜봤는데, 얼마 뒤 자두 한 개가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선생님은 아픔과 어려움 속에서 키운 빨간 자두가 얼마나 대견한지 하루에도 몇 번씩 자두나무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자두나무의 부활을 단순하게 다시 살아났다는 것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뭔가 복잡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도종환 선생님은 우선 점점 허리가 꼬부라지는 자두나무를 끈으로 묶어 준 주인 아저씨가 있다고 봤습니다. 주인 아저씨 덕분에 자두나무는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납니다. 봄이 와도 자두나무가 깨어날 기미를 안 보이자, 북두칠성이 하늘 가득 모인 별들과 밤 늦도록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별의 정령이 다가와 힘을 북돋아 줍니다. 정령은 “다시 살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별의 정령은 밤이면 하늘로 올라가 북두칠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하느님께 자두나무의 이야기를 전하고는 함께 지내곤 했습니다. 얼마 뒤 꽃다지, 봄맞이꽃이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얘기해줍니다. 골짜기 물이 다가와 자두나무의 몸을 녹이고, 매화나무, 앵두나무, 생강나무, 목련나무가 웃음으로 자두나무의 기운을 돋구어 줍니다. 그리고 봄햇살이 다가와 따뜻한 부리로 나뭇가지를 톡톡 쪼자, 마침내 자두나무는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이 자두나무처럼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힘겨운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거나, 성적이 계속 떨어지거나, 갑작스런 사고로 몸을 크게 다치는 일이 생기면 정말 힘듭니다.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도둑질을 하거나 친구를 때려 문제아로 낙인 찍히고 나면 발 붙이고 설 자리조차 없어집니다. 하늘이 내려앉고, 집채같은 파도가 나를 집어삼키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거 아세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자신 안의 힘을 믿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을 믿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아물고 가치 있고 소중한 자기만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믿음을 갖게 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아주 많다는 것을.

사실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안 하지만 속으로는 걱정해주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평소에 말도 건네지 않던 친구가, 평소에 꾸중하시기만 하던 선생님이, 엄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나를 생각하고 염려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세상은 달라 보일 겁니다.

<나무야, 안녕>은 상처받은 모든 생명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엄마, 아빠와 함께 읽으며, 혹시 우리가 잊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모두에게 사랑받으면 위로받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노래를 같이 불러보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도종환 지음, 황종욱 그림. 나무생각/87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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