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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완 교사가 동료 교사로부터 수학 원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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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뜻 모으고 학생 참여 늘어
논술조차 학원에 밀릴 수 있나요
헌신하면서 비전 제시=10여 년 전 교육청이 논술 교재를 펴낼 때도 참여했던 유 교사는 학생들이 논술 때문에 학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직접 나섰다. 유 교사는 “논술은 학교가 사교육에 뒤질 이유가 없다”며 “학교에 있는 많은 우수한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가르치면, 학원을 충분히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겨울방학에 이 학교 논술 교사 6명은 방학을 거의 반납하다시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침 8시 출근은 기본이고, 다른 교사의 수업에 들어가 잠시 전문지식을 설명해 주는 ‘객원 교사’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너댓 시간씩 걸리는 교재 연구를 할 때면 서로 모르는 분야를 물어 가며 진행했다. 유 교사는 학생들에 ‘비전’을 심어주는 일에도 무척 신경썼다. 우선 학생들이 학교와 수업에 믿음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1년이 아닌 3년의 교육 과정을 짜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단절적인 학원과 달리 학교에서는 3년 동안 140시간의 강의를 연속해서 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학년 정해민(17)양은 “학교에서도 충분히 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논술을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들으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시간표에 논술만 있는 게 아니다=논술반 학생들의 시간표에는 다양한 과목들이 눈에 띈다. 근·현대사, 경제, 정치, 비문학, 물리, ‘화학과 생물’ 등 논술 외에 6개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학생들이 배경지식을 쌓도록 하기 위해서다. 1학년 이다나양은 “학원에서는 무작정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끝나고 나면 얻어가는 게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며 “학교에서는 다양한 과목을 함께 들으며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어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논술 과목뿐 아니라 논술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과목들을 편성했다”며 “1학년 때 쓸거리를 많이 쌓아둬야 나중에 실전에서도 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논술을 중심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빼곡하게 짜여진 시간표는 학생들의 생활을 바로잡아주는 역할도 했다. 해민양은 “처음엔 적응이 안돼 일찍 나오기 힘들었는데, 나중엔 괜찮아졌다”며 “흐트러지기 쉬운 방학 생활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앞으로 2년은 더 이 학생들과 함께 할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3년 동안 140시간 논술 수업을 약속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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