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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모임이 있어서 나가보니 사람들이 밀가루 의식에 대하여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어떤 애들은 밀가루 던진 곳에 달걀까지 던져서 머리가 막 엉키고, 교복은 그야말로 음식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더러워진 채 돌아다닌다고 했다. 또 어떤 여학생은 교복치마를 찢어서 입었는데, 허연 다리가 그대로 보이자 자기도 민망했는지 교복 윗도리로 가리고 가는데 그래도 속살이 다 보였다고 하기도 했다. 모두 다 한마디씩 하면서 이해할 수가 없는 보기 흉한 모습이라고 했다. 도대체 왜 아이들은 그런 행동을 할까? “오늘 우리 정말 특별한 날이거든?” “ 나는 오늘부터 어른이거든?” “ 그니까... 어른들아~ 우리들보고 이제 뭐라 하지 마라” 라는 시위일까? 나의 시절을 생각해보니까 맞는 것도 같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식 하던 날, 담임선생님하고 기념사진 찍을 때 일부러 팔짱꼈으니까. 처음 껴본 팔짱이었지. “저 이제 선생님과 동등한 어른이에요. 이제 어린애 취급하듯 함부로 하지 마세요.”라는 의미로 꼈던 기억이 난다. 아니면 또래들 간의 밀가루뿌리기 집단의식을 통하여 마지막으로 불타는 동질감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일까? 그러면서 타인의 시선도 좀 잡아보고. 그런 것 보다는 아마도 고등학교 3년 내내 받았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러겠지. 나도 30년 전에 받았던 입시 스트레스 기억하니까 말이다. 요새는 그 때보다 더 치열하다니까, 더 많이 받겠지.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저렇게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나보다 하고. 보기는 싫지만 이해하고 싶다. 물론 내 관점에 비추어서, 졸업하는 아이들이 좀 더 아름답고 성숙하게 그 날을 기념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가족끼리 지내면 더할 나위없지만... 친구들과 어울려서 지내는 것을 더 선호할 테니까. 졸업기념 연극이나 뮤지컬을 본다던가 혹시 대학에 갔다면, 친구들과 서로 대학 구경을 가본다던가 하면서 새로운 삶에 발을 슬쩍 담가보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다. 너무 범생이 스타일의 기념식인가? 내년이면 울 딸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울 아들은 중학교를 졸업한다. 우리 애들도 졸업식 때 그러면서 좋아할까? 중학교 교복도 누구 주자고 해도 안주고 기념으로 갖고 있는다면서 고이고이 끼고 있는 딸을 볼 때 ‘설마 내 딸은 교복을 간직하고 싶어서도 그러지 않겠지’라고 혼자 생각하지만 우리 딸은 이렇게 잘라 말한다. “ 엄마, 나도 그럴지 몰라요. 그리고 걔들보고 뭐라고 하지마세요~ 지겨운 고등학교가 끝났는데 얼마나 기쁘겠어. 엄마는 고등학교 안 다녀봤어? 해방된 날이니까 좀 맘대로 하게 내버려두세요.” 워낙 옷에 대해서는 깔끔을 떠는 울 아들은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그러지 않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자식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해서도 장담할 수도 없는 것이라 그냥 나홀로 희망만 가져볼 뿐이다. 이런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마도 교복을 찢는 학생들은 교복을 그냥 버린다고 생각하여 찢을 것이다. 요새 교복가격도 비싼데 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다음과 같이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 3학년 학생들은 2월 개학 할 때 교복을 깨끗이 세탁하여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가져오도록 하고 졸업식까지는 사복을 착용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졸업식 날에는 가장 맘에 드는 사복을 입고 온갖 멋을 다 부리고 참석할 테니…. 그 모습에 밀가루 뿌리고 옷 찢고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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