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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랑반 운영계획표,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 시청과 ‘북한 컴퓨터 용어 알아맞추기’가 주요 수업내용이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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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사준다는 약속, 지켜주세요˝
검찰의 구속수사방침에 선생님을 잃은 학생들
서울 M중학교. 통일사랑반 학생들과 1학년 8반 학생들은 종업식이 즐겁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지난 1월 담임선생님이었던 최모(44) 교사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학교로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신문에 나온 것을 보고 선생님이 구속된 사실을 알았어요. 바로 학교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지난 한 해 동안 최 교사와 함께 통일사랑반을 함께 한 이모(중2)군. 이군은 최 교사가 영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걱정이 크다. “유죄라고 인정되면 영영 수업을 못하게 되나요? 선생님은 평소에 우리랑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혹시 유죄를 받더라도 학교에는 돌아오시겠죠?”
현재 최 교사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표현물을 소지하고 탐독한 혐의와 북한의 입장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30문 30답이라는 지침서를 갖고 있었던 혐의로 구속수사중이다.
최 교사의 구속은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국가보안법에서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표현물을 소지하거나 탐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헌법에서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교사이며 통일교육을 하는 최 교사가 북한 관련 표현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이 가능할지는 아직 결정난 것이 아니다.
또한 ‘지침서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 정확한 출처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전교조 지침서라고 보도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30문 30답에 관련된 내용을 교육했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전교조는 이 같은 지침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 교사는 M중에 근무하면서 어떻게 통일과 북한에 대해 교육했을까.
통일사랑반, 통일관련 퀴즈풀이와 영화 관람으로 진행
최 교사가 이 학교에 부임한 2004년부터 통일사랑반은 학교의 정식 수업으로 운영되었으며, 지난해의 경우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세 번씩 수업 시간이 있었다. 최 교사가 직접 작성한 통일사랑반 연간 계획표에 따르면 4월에는 통일사랑반에 대한 안내와 이해를, 5월부터는 ‘즐겁고 보람 있는 통일사랑방’을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수업은 매번 두 시간 씩 진행되었는데, 한 시간은 남북화해와 관련된 영화를 관람을 했고, 또 한 시간은 퀴즈풀이로 진행됐다. 수업 때마다 최 교사가 자주 웃어서 좋았다는 윤모(중2)양은 최 교사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강조하며 수업 내용을 차근히 설명했다.
“영화 감상 시간에는 ‘간큰가족, 휘파람공주, 남남북녀’와 같이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았어요. 선생님은 영화를 보여주면서 북한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북한도 결국은 한민족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연간 계획표를 확인한 결과 윤양이 말한 영화는 모두 계획표에 적혀 있었다. 이외에도 ‘그녀를 모르면 간첩, 황산벌’을 시청한다는 기록도 남아있었다.
윤양은 최 교사의 석방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 싶은 바람으로 최 교사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교육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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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최 교사는 무죄’를 주장하며 쓴 탄원서, 7일 현재 197명의 학생들이 탄원서를 작성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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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께’로 시작하는 윤양의 탄원서에는 ‘통일사랑반에서는 북한을 찬양하거나 칭찬하는 수업을 한 일이 없다. 최 교사는 북한의 생활과 그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등을 흥미 있게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교사다.’고 적혀있다.
윤양이 이야기 한 통일사랑방 수업 내용은, 윤양과 함께 1년동안 통일사랑반을 한 이모(중2)군, 배모(중2)군, 박모(중1)군, 김모(중1)군도 확인해주었다.
"30문 30답요? 그런 이야기 한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이번엔 최 교사가 지난 1년간 담임을 맡은 1학년 8반 교실로 가보았다. 교실 칠판 위에는 ‘내일의 모든 꽃은 오늘의 씨앗에 근거한다’는 급훈이 붙여있고, 교실 뒤 학급 게시판에는 환경미화를 위해 붙여논 3개의 게시물이 휑하니 붙어 있다. 이중 북한과 관련 있는 게시물은 ‘통일은 참 쉽다’를 제목으로 한 것 하나. 나머지는 행성계, 사막 등이 소개된 ‘신비한 과학세계’와 8반 학생들의 생일을 적은 ‘함께 축하해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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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8반 학급게시판에 붙은 통일 관련 게시물. 이산가족이 만난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 사진이 주요 내용이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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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참 쉽다’ 게시물에는 이산가족의 만남, 경의선 등의 사진이 붙어있었고, 백두산의 자연풍경을 소개되어 있다. 또한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 사진,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는 북한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었으며, ‘주차장-차 마당, 넥타이-목댕기, 가발-덧머리’ 등 남북한 언어의 차이가 적혀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최 교사와 학생들이 지난 해 1학기 초, 학급 환경미화를 위해 만든 것이다.
8반 학생들이 최 교사가 ‘죄가 없다’며 이야기한 것은 30문 30답 지침서였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 지침서에는 ‘북한에 무조건 식량을 보내자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냉전수구세력들은 단돈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아무 증거도 없이 ’군량미로 전용‘ 운운하는 반북 선동을 일삼는데 그럼 군인 사람도 아니고 굶어죽어도 좋다는 말인가’로 대답하도록 되어 있다.
그 외에도 ‘북한은 왜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나요’, ‘북한이 남침을 하지 않을까요’, ‘선군정치가 뭔가요’, ‘김정일은 자신을 지지하고 존경하도록 북한 주민들을 세뇌한 것 아닌가요‘ 등의 질문이 있었고, 각각의 답변에서는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30문 30답’에 대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오모(중1)군이 “30문 30답 이야기에 질문이라고 소개된 내용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내용이고, 일부 질문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내용이다”고 주장했다. 오군은 “질문을 하지 않았으니 그에 따른 답변을 들은 적도 없고, 답변 내용도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수준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8반 학생들은 “최 교사는 친북 교육을 한 적이 없다”며 “웃기고 재밌기도 한 최 교사가 빨리 학교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수감 중 최 교사, "8반 학생들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해 걱정"
8반 학생, "걱정해주셔서 감사, 짜장면 사준신다는 약속 잊지 마세요."
마침 이날은 최 교사가 8반 학생들에게 쓴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서 최 교사는 ‘많이들 놀랐지. 선생님도 교사 20년 생활 중에 이런 당황스러운 일은 처음이라 어리벙벙했단다’고 지금의 심정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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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최 교사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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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분단된 나라에 살면서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노력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봐’라며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8반 학급운영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고, 2학년으로 올려 보내는 일이 걱정된다는 최 교사는 편지에서 ‘학급회장과 부회장을 중심으로 1학년 8반 생활 마무리를 잘하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편지를 읽은 오모(중1)군은 “최 교사가 더 힘든 상황인데, 오히려 우리를 걱정해주니 감사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오군은 최 교사가 내일이라도 돌아올 듯 “개학하면 최 교사가 나에게 짜장면 사준다는 약속을 했는데, 꼭 지켜달라”고 말했다.
1학년 8반에서도 북한을 이롭게 하는 교육을 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최 교사가 죄가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는 8반 학생들은 오히려 ‘최 교사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보단 ‘최 교사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설명하기에 바빴다.
학생들이 기억하는 최 교사의 모습은 통일에 관련된 내용보다는 오히려 여름방학 때 최 교사 부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박 2일 야영을 한 일, 학교 축제 때 사용하라고 지원금을 준 일 등 다른 것이 더 많았다. 학기 중에 전학을 왔다는 한 학생은 “생활기록부 넣을 사진을 찍으라고 돈을 주신 일도 있다”는 일화를 꺼내놓았다. 다른 학생은 “그래서 옆 반 친구도 최 교사를 담임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M중에서 1학년과 3학년의 사회 과목 수업을 담당했다. 8일은 최 교사에게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졸업하는 날이다. 이날 최 교사에게 수업을 들었다는 김모(중3)양은 “최 교사가 돌아온 상태에서 졸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최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했는지, 안했는지 지금까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 모양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최 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C중 도덕담당 김모(49)교사와 함께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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