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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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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식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어려운 여건에도 남 탓을 하지 않고 멋지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감동적이다. 더구나 그들이 한 과정을 끝내고 새 시작을 하는 모습은 한 편의 위대한 영화와도 같다. 그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에 우리는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되고 가슴 깊은 울림에 온 몸이 전율을 느낀다. 가슴 벅차 오른다. 오늘은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아침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10대의 곱디고운 모습으로 돌아가 얌전하게 졸업식장에 앉아 있었다. “오늘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은 바로 당신입니다.” 눈물이 남아 있는 졸업식은 바로 오늘, 이 자리였다. 3년의 세월이 빠르게 스쳐간 탓일까. 눈시울이 불콰하다. 그예 3년 개근상을 대표로 받는 학생은 크게 울어버리고 말았다. “이 학생은 몸이 심하게 불편합니다.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학교에 공부하러 올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학생은 3년 개근상을 받습니다. 참, 위대하고 감동적입니다.” 단상에 있던 교장 선생님이 직접 학생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 휠체어에 의지한 몸이 들썩인다. 차마 포옹을 풀지 못하고 오랫동안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교장 선생님도 목이 메는지 회고사를 하는 목소리가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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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졸업생을 교장선생님이 다가가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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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 번이라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일요일이면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가 계획될 수도 있고, 친척들이 갑자기 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번 학교에 빠지지 않고 나왔다. 더구나 이 학생은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럼에도 3년 개근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수업시간에 연필을 쥐어주면 자기도 뭐라고 열심히 글을 쓰던 꼬마 녀석이 엄마와 함께 졸업장을 받았다. 딸들이 엄마에게 다가와 꽃다발을 전해 주고, 머리 희끗한 남편이 사진을 찍어주며 함께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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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를 낭송할 때는 모두들 숙연해 졌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학생들이기에 오늘은 참으로 아름다운 날이었다. 담임이지만 그들보다 더 행복한 날이었다. 하나를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에게는 사랑스런 제자이자 나의 스승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남의 낯섦은 이내 속 깊은 정이 되고 이제는 나에게 새로운 살로 돋아난다. 그래서 속 깊은 감사로 우리 반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축하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내게 꽃다발을 전해 주었다. 아주 작은 몸짓, 말 짓에도 행복해 했다. 감동에 둔감한 요즘 10대들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모두 천사들인가 보다. 내게 힘과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천사들. 그들이 오늘 모두들 또 다른 인연을 찾아 세상으로 훨훨 날아갔다.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 찾아올 거예요. 끝까지 책임지세요.” “언제라도 기다리죠. 언제라도….” 우리 반 천사들의 힘찬 날갯짓을 보며 그들이 남긴 향기에 취해 오래 손을 흔들었다. “안녕, 천사들이여.”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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