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5 13:24
수정 : 2007.02.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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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금남면 노량초등학교 김양분교 학생들이 폐교를 앞두고 마지막 졸업식을 갖고 있다.(하동=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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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학교가 문을 닫는다니 정말 섭섭해요..우리 학교를 후배들에게 잘 물려주고 싶었는데..".
15일 열린 제90회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폐교되는 경남 하동군 금남면 노량초등학교 김양분교 6명의 졸업생들은 흐르는 눈물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하동교육청은 이 학교 전교 학생 수가 현재 24명에 불과하고 계속 줄자 학부모 20여명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폐교를 찬성해 이날 마지막 졸업식을 가진 것.
졸업식이 열리는 날인데도 교문 앞에는 여느 학교처럼 꽃을 파는 상인들과 축하하러 온 학부모, 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졸업식장이 마련된 급식소에 24명의 학생들과 교사, 10명 정도의 학부모가 전부였다.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마룻바닥이 그 위를 걷는 학생들의 몸무게에 눌려 내는 '삐꺽' 소리가 마지막 졸업식장의 슬픔을 더 했다.
식순에 따라 재학생의 송사에 이어 답사에 나선 졸업생 김점희(14)양이 흐느끼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미리적어 온 답사를 읽자 졸업식장은 일순간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어 사회를 맡은 김정이(43) 김양분교장은 흐르는 눈물 속에 "이 학교에서는 마지막으로 교가를 제창.."이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1909년 사립현산학교로 문을 연 이 학교는 1917년 김양공립보통학교로 승격됐으며 한때 국민정신교육 우수학교로, 기능교육 우수학교로 지정되고 병설유치원까지 두는 등 명성을 떨쳤으나 학생 수 격감으로 1999년 노량초등학교 김양분교로 격하된데 이어 결국 문을 닫는다.
90회 졸업식을 가지면서 모두 3천63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날 졸업생 6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진교초등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한다.
졸업생 이다정(14)양은 "우리 학교가 없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를 폐교시키는 교육청이 미워 어제 밤에 한없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박준홍(32) 교사는 "학생 수가 격감한다는 경제적 논리로 폐교시키는 것은 잘못된 교육정책"이라며 "귀농자를 받아들여 농어촌의 인구를 증가시키려면 이 같은 학교를 없애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내서는 이 학교를 비롯한 모두 10개 초.중.고등학교가 15~16일 졸업식을 가진뒤 내달 1일자로 폐지된다.
지성호 기자
shchi@yna.co.kr (하동=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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