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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사서 넣은 지식이 아닌, 아이들의 잠재성을 어떻게 읽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점이다. ‘A 레벨 시험’에도 에세이 형태로 서술문제가 있다. 이것은 주로 그 과목에 대한 지식의 양을 묻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논리성을 본다. 이것은 ‘가르치는 것’으로 가능하다. 당신도 알다시피 영국의 문제란, (연간 수업료가 2천만원을 넘는) 사립학교 아이들은 대체로 최고 등급을 받아 온다. 이것은 사립학교에서는 탁월한 ‘가르치는’ 기술을 가진 교사와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유층 학부모들은 이것을 ‘산다’. 구매를 해서 소유한 것 (지식)과, 아이들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구분해 내고자 하는 것이 논술이다. 다시말해, ‘가르치지 않는 것’(가르칠 수 없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논술이다.” 이어서, “일류대학이나 학과에의 지원자는 대부분 ‘A 레벨 시험’ 최고등급을 받아온다. 이 시험은 변별력이 없다. 그리고 지원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은 비슷하다. 이제 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그들 중에서 얼마나 학과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고 (번스타인 교수는 이것을 ‘학과에의 충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잠재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이어서 “대학이 왜 이러냐 하면, 대학은 끌고 가는 교육이 아니고 밀어주는 교육이기때문이다. 따라서 학생 자신이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나아가지 않으면 대학은 밀어 줄 수가 없다. 따라서 학생이 공부에 대한 목적의식이나 동기가 부족하면, 중도에서 탈락한다. 동기나 목적이 뚜렷하지 않는채 입학기준의 지식을 돈을 주고 사서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대학에 와서 중도탈락을 하거나 미니멈 수준에서 졸업을 한다. 우리는 학생 한 명 한명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가 지원자를 잘 못 고르면, 우리의 돈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그것 뿐만 아니라, 그 자리를 엉뚱한 사람이 차지하게 되면, 정녕 그 자리가 필요한 사람 (적격자)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적격자는 사회적으로 사장되게 된다.” 라는 답을 주었다. 한국의 학교와 학원을 잠시 설명을 했다. (그에게 과거에 몇번 만나면서 한국의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그는 한국의 상황이 어떤지를 대충 알고 있다.) 영국에도 극소수지만 그런 과외를 하는 사람이 있단다, 한시간에 40 만원까지 부른단다 ^^. “그럼 학교의 교사가 학원의 강사와 달리 해야 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학교의 교사는 아이들을 인스파이어(삶의 가치관 확립)하고, 모티베이션(동기를 부여)하고, 찾아서 학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학원의 강사 보수는 굉장히 타이트하게 계산되어 지불된다. 따라서 학원의 강사는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지식의 량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논술 시험의 목적은 이 두가지를 어떻게 해서 구분하는가,이다. 학교의 교사는 학원의 강사에 비해, 시간이 넉넉하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인스파이어를 할 수 있고, 모티베이션도 줄 수 있다.” “한국의 학원은 그러한 교육부나 대학의 목적을 누구보다 일찍 꿰뚫어 보고, 그것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리고 한국의 입시정책은 항상 학원에 의해 뚫리고 무너졌다고 봐도 된다.” “그건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사립학교도 굉장히 민감하게 움직인다. 이거 마치 바이러스와 백신의 진화 같은 형태이다. 따라서 완전 치료제란 없다.” “영국의 경우, 만약, AAA 등급과 ABB의 등급을 가진 두 지원자가 있을때, ABB의 지원자가 학습동기나 잠재성이 더 많이 보인다고 해서 ABB의 지원자를 선발하는 경우도 있는가?” “우리 켐브릿지에도 있고 다른 유수 대학들고 그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AAA 등급을 받은 자녀를 가진 학부모가 나중에 자신의 자녀가 떨어지고 ABB 등급의 지원자가 합격된 것을 알았다고 할 경우, 이것을 법원에 가지고 가는 경우는 없는가?” “아직 학부모가 제소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사립학교 학교장들이, 이것도 개인적인 클레임이 아니고, 퍼블릭 클레임의 형태를 취하지만, 그런 경우는 종종 있다. 이런 트러블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 (캠브릿지) 는 입학기준을 일정하게 (standard) 공표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합격조건을 제시한다. (영국은 ‘선지원 → 조건부 입학 허가 → 후시험’ 제도이다)” “교육부가 2년 전에 만든 슈왈츠 리포트에서, 그러한 입학기준이 모호하다고, 그것을 보다 명료하게 표준화해서 사전에 지원자들이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명시를 하라고 권고하지 않았는가?” “그 문제는 굉장히 정치적인 배후의 요소들이 깔려있다. 캠브릿지 같이 지원자가 많이 모이는 대학이 그런식으로 공표를 하면, 사립학교 졸업자들의 입학율이 많이 늘어난다. 물론 내가 하는말은 사립학교 졸업생이 공립학교 졸업생 보다 못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옥석을 가려내기가 한층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 유명대학의 입시정책에 대한 비판은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 한층 강도가 세어진다) (*사립학교는 전국 학생의 약 7% 이지만 옥스포드나 캠브릿지 입학생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사립학교 졸업생의 비율은 약 4% 정도 줄어 들었다) 한국의 상황에 어떤 충고를 한다면? “감기증상 [부유층의 노력 (바이러스)과 대학의 입시 정책 수정(백신)]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그 처방전은 각 나라가 가진 고유한 제도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어떻다 하기는 어렵다. 다만 (바이러스는 진화하기에) 치료제는 없다는 것, 이것 하나 만은 말할 수 있다.” 영국도 입시문제로 쌩머리를 앓고 있으니, 한국만 그런다고, 한국의 제도가 잘 못 됐다든가, 자조한다든가, 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내가 알고 있는 일본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바이러스와 백신의 진화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듯….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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