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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5 21:33 수정 : 2007.02.15 21:33

‘고교 경제교과서 모형’ 경제학자들이 들여다보니

학생들도 노동자 될텐데…“기업쪽 입장 편향” 이구동성

지난 14일 서울대에서 열린 ‘200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참가한 경제학 교수들 가운데 ‘한국사회경제학회’ 소속 몇몇 교수들을 만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발간한 ‘고교 경제교과서 모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이번 교과서 모형이 여러 경제 주체 가운데 기업 쪽 입장에 편향됐으며, 다양한 시각을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대부분 노동자가 되고 소비자로 살아갈 것”이라며 “교과서 모형은 노동자, 소비자로서 어떻게 권익을 지킬 것인지는 다루지 않고,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본 경제만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한 ‘시장 실패’도 소홀히 다루고 있고, 실업 문제도 기업의 입장에서만 설명할 뿐 사회적 비용이나 개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에 참석하지 않은 최종민 전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교과서는 복지국가 등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를 강조하고, 노동조합보다 기업과 시장의 유연성에 중점을 뒀다”며 “이 책으로 경제를 배우면 ‘기업 및 시장’을 최고로 치면서, ‘정부 및 노동’에 대해서는 무력하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0~70년대 경제 상황 서술에 대해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땐,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기업과 자본가에게 돌아갔고, 노동자들은 저임금으로 어려운 생활을 했다는 점도 함께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유럽의 경제교과서를 보면 기업의 입장과 함께 노동자의 주장도 나란히 실어 그 차이를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며 “하나의 입장만을 알려주고 교육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독약을 먹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홍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교과서도 충분히 친시장적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올바른 소비 등이 담겼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이라며 “새로 만든 교과서 모형에는 그나마 이런 부분까지 말끔히 씻겨나가 마치 ‘대학 경제학원론’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인간은 이기적 존재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류 경제학에서 20~30년 전부터 반성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전혀 소개하지 않은 걸 보면 ‘참 공부를 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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