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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0 15:36 수정 : 2005.03.20 15:36

대중적 시각 이미지를 활용한 팝아트의 대표적인 작가인 앤디 워홀의 대표적 <마릴린>. <한겨레>자료사진.

느낌 아닌 정밀 분석으로
핵심 짚어야

[지문]

그림책의 그림은 순수 회화와 구별해서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한다.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은 ‘illustrate’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로,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한다’라는 뜻이다. 그림책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림책이 전하는 이야기를 설명해 준다. 오랫동안 그림책은 글자를 터득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어른이 읽어 주는 책이었고, 일러스트레이션은 책을 장식하는 요소로 사용되어 왔다. 도구였던 일러스트레이션이 오늘날처럼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그림책이 독자적인 장르로 크게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이다. 오늘날 그림책 속에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은 점점 회화적인 요소가 강해질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설명한다는 목적 때문에 예술적 의의를 인정받지 못했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좋은 일러스트레이션일수록 이야기가 풍부하다. 한 권의 그림책 속에 어우러지는 일러스트레이션은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것인가? 회화의 공간성과 영화의 시간성이 간결한 언어와 입체적으로 만나서 풍부한 이미지를 주는 그림책이다. 글 속에 생략되어 있는 묘사와 서술을 세심하게 이행하고 있는 그림을 엮은 책이다. 그려져 있는 것과 그려져 있지 않은 것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기다리는 그림책 속에는 글과 그림의 조합 방식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숨어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하여 어딘지 소극적이고 더듬거릴 것 같아 보이는 그림, 유창한 드로잉으로 힘 있게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 사인펜으로 북북 그어 놓은 선들 때문에 꼭 망친 것 같아서 인물의 절망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그림, 하얀 바탕에 목탄을 문질러서 아련한 느낌을 주는 눈 쌓인 그림들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가 있다. 그림 자체가 보는 사람에게 전하는 감정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배경들이 거의 흰색이거나 흰색에 엷은 색이 들어 있고, 물체를 표현하는 선들이 진하거나 날렵하면서도 많이 끊겨 있는 그림책도 있다. 그 끊겨진 선들마저 지워지는 곳에 빛이 있다. 그 빛은 그림 하나하나를 오로라처럼 둘러싸고 살아 있게 만든다. 이렇게 말이 줄어들어 생긴 빈 자리에 상상력과 사유가 깃든다. 이는 건축 설계시 형태, 장식, 공간과 같은 요소들 가운데 공간을 다양하게 변용하는 데에서도 볼 수 있다.

좋은 그림책은 완성되어 있는 글에 그림을 그려 넣은 책이 아니라 글과 그림이 함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책이다. 존재하는 물감들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색이 만들어지고, 선과 선, 색과 색, 혹은 선과 색이 만나면 화폭에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영국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그림을 그리는 동안 문득 그림 그 자체와는 상관 없이 바깥에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이러저러한 형태들과 방향들이 어찌어찌하여 그냥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책을 본다는 것은 글로 쓰여진 개념이나 대상을 넘어 미지의 영역과 서로 맞닿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문제]

1. 위 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겪은 변화와 유사한 것은?

①뮤지컬은 오페라에 비해 다소 격이 떨어진다고 여겨졌으나, 이제는 오페라와 대등한 예술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②독립 영화는 최근까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현재는 영화 예술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③서양 고전 음악은 소수의 특권층이 독점하던 예술이었지만, 현재는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④행위 예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나, 이제는 낯익은 장르가 되었다.

⑤도자기는 처음에는 일상 용품으로 제작되었으나, 점차 독자적인 미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유형노트]

다른 상황에 적용하기

비문학과 문학에서 골고루 출제되는 유형이다. 지문의 어구나 시구 등 특정 부분에 밑줄을 긋고 이를 다른 상황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를 묻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밑줄 친 부분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관건이 된다.

우선 어휘나 어구의 문맥적 의미를 살펴본 다음 글의 전체적 흐름과 답지에 제시된 구체적 상황의 전체적 흐름을 비교·검토하고 세부적 사항이 일치하는지 살피도록 한다. 끝으로 답지의 내용 중 지문의 내용과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따져 본다면 답을 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유형과 관련된 발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예) 상황 인식과 대처 방식이 ㉠과 유사한 것은?

위 글의 필자가 가장 높이 평가할 만한 사진은?

[풀이]

정답: ⑤. 첫번째 문단에 설명된 내용을 통해 일러스트레이션은 원래 책을 장식하는 요소로 사용되어 왔지만, 도구였던 일러스트레이션이 오늘날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그림책이 독자적인 장르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실용적 가치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도자기 역시 처음에는 일상 용품의 하나로 제작되었으나, 점차적으로 독자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므로 일러스트레이션이 겪은 변화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오답 풀이: 답지의 느낌에 휘둘리지 말고, 그 핵심을 정확히 집어 내야 한다. 각 답지의 내용에서 무엇이 관건이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①처음부터 예술 장르이던 뮤지컬이 좀 더 높은 격조를 띠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②주목을 받지 못하던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③대중성의 획득 여부가 답지의 관건이다. ④충격이 점차 완화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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