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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0 16:23 수정 : 2005.03.20 16:23

작가인 제임스 배리는 데이비스 가문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동심의 세계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극<피터팬>을 완성한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2004년,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조니 뎁, 케이트 윈즐릿, 더스틴 호프먼

작가 제임스 배리(조니 뎁)가 데이비스 가문과의 우정을 통해 연극 <피터팬>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사진)다. 1904년 초연된 <피터팬>은 영화 속에서와 같이 대성공을 거뒀고, 오늘날까지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동화로 자리 잡았다.

<피터팬> 공연이 끝난 뒤 한 관객이 피터에게 “네가 바로 피터팬이구나”라고 말을 건네자, 피터는 “내가 아니고, 아저씨가 피터팬이죠”라고 말한다. 즉 <피터팬>은 제임스 배리라는, 어른이지만 아이의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 동심의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덴마크의 위대한 동화 작가 안데르센도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동화를 써 주옥같은 명작들을 남겼다. 그림 형제가 당시 전해지던 민담과 이야기를 수집해 새롭게 펴낸 것과는 달리, 안데르센은 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처지를 바탕으로 동화를 창작해 낸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과 놀아 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 이상하지 않지만 1900년대 초만 해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영화 속 배리처럼 어른이면서 아이의 심성을 가진 사람들을 키덜트(Kidult)족이라고 한다. 키드(Kid)와 어덜트(Adult)가 합성된 이 말은 386세대들이 <로보트 태권V>의 부활을 꿈꾸듯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고 동화처럼 살기를 원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배리의 작품에서 따온 ‘피터팬 증후군’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성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 키덜트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일부 성인들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모든 성인들을 ‘영원한 어린아이’로 보는 재미있는 견해도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동물학 박사인 클라이브 브롬홀은 인류가 유형성숙을 통해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유형성숙은 어린 상태에서 발달이 멈춰 버린 것으로, 성숙했지만 어릴 때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유형성숙은 유형진화의 한 예로 최근에는 유형진화가 진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브롬홀은 인간이 침팬지 태아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봤다. 침팬지 태아의 얼굴은 인간과 매우 흡사하고, 털의 분포도 인간과 비슷하다. 엄지발가락은 다른 발가락과 나란하며, 머리는 척추에 연결되어 있어 직립보행이 가능한 형태를 갖고 있다. 이런 침팬지 태아는 태어나 커 가면서 인간과는 다른 침팬지의 모습이 된다. 유형성숙이 진화의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보다 약간의 유전자 돌연변이만으로도 유형성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작고한 진화학자 스티븐 제이굴드에 따르면, 미키마우스는 50년 동안 눈은 머리의 27%에서 42%, 머리는 키의 42.7%에서 48.1%로 커졌다고 한다. 초기의 심술꾸러기 미키마우스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귀여운 미키마우스로 진화해 간 것이다. 머리가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유아기 때 몸에 비해 머리가 큰 것과 같이 미키마우스를 귀엽게 그려 내기 위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미키마우스의 유형성숙인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유형성숙을 통해 다른 영장류들과 달리 느리게 성숙하면서 성인으로부터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서로 협동함으로써 생존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브롬홀의 주장이 옳다면, 우리는 침팬지 피터팬인 것이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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