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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밖의 아이들에게 박수를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첫 주에 잠깐 학교가 시끄러웠다. 탤런트가 전학을 왔다는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 제법 이름이 알려진 아역 배우라는데, 평소 텔레비전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출연했다는 드라마의 제목도 낯설고 아이 이름도 낯설었다. 어느 날인가, 몇몇 녀석들이 몰려와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았다. “실물 좀 보자.” “사인 좀 받자.” 이러면서 몰려드는 아이들로 복도가 온통 북새통인 모양이었다. “선생님 걔 봤어요? 정말 예뻐요.” “탤런트가 전학을 오다니, 학교 자랑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그런데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아이들은 세대 차이 운운하며 나를 ‘구닥다리’로 몰아세웠다. 선생님은 늙어서 자기들의 문화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갑론을박 끝에 “난 그래도 너희들이 더 이뻐” 했더니, 그제야 입을 닫는다. 물론 그 나이 또래가 가지는 감성과 문화 코드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또한 배우 출신 학생이라고 해서 폄하할 생각도 전혀 없다. 나는 다만 뭔가 특별하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질적으로 ‘상급’ 취급을 하는 문화가 염려스러운 것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는 평범한 내 주변 친구(별 뛰어난 것은 없어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는)들의 미덕이 설 자리가 없다. 있다 해도 아주 하찮은 것으로 취급 당하기 일쑤다.
사실, 학급문집을 만든다, 축제를 한다 해서 아이들과 함께 일을 해 보면, 요란한 시작과 달리 마무리 짓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소박하고 성실한 아이들이 온갖 궂은 일을 감당하며 끝까지 남아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말마다 학교 정문에 훈장처럼 내걸리는 과학고나 외고 합격 축하 펼침막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이룬 성취이므로 물론 축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1등, 최고’ 그것만이 주목의 대상이 되는 순간, 나름대로 죽을 힘을 다해 목표를 이루어 낸 평범한 아이들의 성취는 그저 ‘부끄러운 성공’으로 전락하고 만다. 뭘 그까짓 것 가지고! 비로소 책에 눈을 떠서 한 해에 50여 권을 읽어 치운,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코피 흘리며 평균 50점을 70점대로 끌어올린, 지각대장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습관을 갈아 치운, 이런 아이들의 성취에 누가 별을 달아 준 적이 있는가.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구성원 대부분은 수더분하고 소박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 그 자체, 그리고 그들의 땀과 노력, 그래서 거두어들이는 작은 결실에 함께 기뻐하며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착한 세상’이 그립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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