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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9 22:57 수정 : 2005.01.09 22:57

추운 세상 군불 지피네

오늘도 공부시간에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다며 혜림이를 야단쳤다. 내가 하는 말에 불쑥 끼어든다고, 친구한테 그악스럽게 소리친다고 한마디 했다. 혜림이는 겉으로 보면 다소곳한 구석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어른들 눈에는 예의 바르지 못한 아이로 보일 만한 헛점들을 여러 개 달고 있는 아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몇 가지 모습들로 아이를 다 안다고 장담하는 일은 참으로 위험하다.

전단지 나눠 주는 할머니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전단지를 나눠 준다.

전단지를 받으면 휙 던지는데

할머니가 주는 전단지는

버리지 못한다.

무슨 일로

돈 벌러 나오시는지

마음이 아프다.

할머니가 준 전단지를

손에 꼭 쥐고 걸어간다.

(공혜림/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시 마지막 대목을 읽는데 가슴이 저릿하다. 혜림이는 자신의 처지에서 가엾은 할머니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런 몸짓을 보여 주었다. 전단지를 받으면 아무 생각없이 휙 던지곤 하던 아이, 하지만 할머니가 주는 전단지 만큼은 버리지 않는다. 멋대로 행동하던 아이가 가엾은 할머니를 두고 한없이 착해지는 모습에서 푸근한 감동이 전해진다.

혜림이가 할머니에 대해서 이렇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몸이 아픈 장애인이나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는 돈을 벌로 나서기보다는 편히 쉬거나 다른 사람이 돌봐 주어야 하는 사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림이가 본 할머니보다 더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몸과 마음이 약해져 어찌할 수 없이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분들이다.

주안역 지하상가로 들어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층계 구석에 앉아 계신다.

앞에 놓인 종이에 뭐라고 써 있다.

‘나는 청각장애인입니다. 도와주세요.’

친구가 동전을 꺼내 그릇에 넣는다.

나는 동전이 없어서 드리지 못했다.

한참 가는데 할머니가 생각난다.

(양효진/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어둡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종이 한 장 깔고 앉아 있는 할머니 앞에서 효진이 발걸음이 절로 멎는다. 효진이는 할머니 앞에 놓인 글을 읽는다. ‘나는 청각장애인입니다. 도와주세요.’ 이 한마디 말이 아이들 마음을 움직인다. 두 아이는 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을 귀를 열고 들었다. 비록 동전이 없어 드리지 못했지만 효진이 역시 혜림이처럼 가엾은 할머니를 마음에 꼭 담고 간다.

때로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약한 것을 동정하는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어른들은 아무리 하찮아 보이더라도 아이들이 품고 있는 따스한 이 마음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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