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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소리 여기저기서 빽~빽, 맘으로 느끼게 했더니 ‘삘~리리’ |
음악시간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노래 ‘에델바이스’로 리코더 2중주를 지도해야 한다. 배우기도 쉽고 악기 값도 싼 리코더는 아이들에게 기악 음악의 맛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그런데 벌써 몇 번을 같이 불어 보고, 집에서 연습도 해오라 했는데도 그저 소리의 연속일 뿐 음악다운 맛이 나지 않는다. ‘빽빽’ 막 불기만 한다. 리코더의 가늘고 높은 음이 여기저기서 제멋대로 튀어나오니 신경도 곤두선다. 리코더에서 중요한 ‘텅잉’도, 소리를 불어넣는 방법도 가르쳤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 아이들에게 ‘에델바이스’라는 노래는 교과서에 나오는 지루한 음악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심드렁한 생각이 그렇게 표현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음악이 가진 즐거움, 음악이 나온 배경 같은 것을 먼저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서 음악이 어떻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에델바이스’는 어떤 배경에서 불려지는지 가르치려고 해 봤다. 교과시간에 전산실에 내려가 디브이디 플레이어를 빌려다 교실에 설치했다. 그리고 집에서 여러 차례 보면서 고른 노래와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들려줬다. 나치를 피해 조국을 떠나면서 남자 주인공이 목이 메어 부르는 오스트리아 민요 ‘에델바이스’ 장면을 먼저 보았다. 주인공은 왜 ‘에델바이스’를 부르며 목이 메었을까, 나치 치하의 조국에서 음악 경연대회에 모인 청중들이 함께 부르는 ‘에델바이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는 도레미 노래, 잠자러 들어가기 전 장면, 인형극 장면을 보면서 이런저런 배경 설명을 덧붙였다. 오래된 영화라 흥미를 보이지 않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둘러보니 아이마다 눈이 초롱초롱하다. 음악을 싫어해 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성민이도 마냥 재미있어한다. 마지막으로 에델바이스가 우리나라 설악산에서도 자라는 솜다리꽃이라고 알려주고 리코더를 집어들었다.
착각일까. 아니면 내가 이렇게 가르쳤으니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렇게 몰아가는 것일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음만 따라 ‘빽빽’ 불던 때와는 사뭇 다르게 소리가 참 좋다. 더 감정을 풍부하게 해서 불자 했더니, 점점 더 나아진다. 그런데 수업 시간이 끝나는 종이 어느새 울렸다. 음악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 생각만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되었다. 며칠 후, 한 아이가 신문을 가져와 보여 주면서 이런다. “선생님 우리가 같이 보았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가족이 우리나라에 공연을 하러 온대요. 보고 싶어요.” 음악은 그렇게 즐기는 것이다.★★★김권호/
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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