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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논리’ 넘어 ‘언어놀이’로 |
이상훈교수의 철학산책
20세기 철학의 슈퍼스타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은 크게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진다. 전기는 <논리철학논고>로 대표되고, 후기 사상은 <철학적 탐구>에 집약되어 있다. 그의 저술들은 사실 매우 독특한 양식을 지니고 있다. 중세의 교부철학 이래 철학 저술들이 대체로 일정한 장·절로 이어지는 체계를 지니지만, 그의 저술은 일련의 내용들에 숫자를 매겨 잠언적으로 쭉 나열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해 전혀 다르다. 말하자면 비트겐슈타인의 저술을 관통하고 있는 생각은 체계이론으로서의 철학에 대한 부정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형식은 또한 특이한 내용으로도 이어진다.
‘언어그림이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의 전기 사상은 논리적 원자론을 제창한 러셀과 맥락을 같이한다. 언어그림이론에 따르면, 언어는 세계를 묘사하는 하나의 그림이다. 다시 말해 언어와 세계는 그 논리적 형식면에서 동일하며,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언어는 외연적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말하자면 모든 문장은 원자문장 또는 요소문장들과 이들을 이어 주는 논리적 연결사를 통해 복합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문장의 진리치는 그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문장의 진리치에 의존하며, 그런 의미에서 복합문장은 요소문장의 진리함수이다. 이 언어의 외연적 논리 구조에 대해서는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이 일치했지만, 복합문장의 기본단위로서 원자문장이 어떤 것인가에 관해 둘은 견해를 달리했다. 러셀은 원자문장이 감각 자료를 기록한다고 보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요소문장이 논리적, 존재론적 의미에서 단순한 것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비트겐슈타인은 후기 들어 일상 언어의 특성에 대해 점차 전기와 다른 생각을 피력하게 된다.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요약하는 것은 비트겐슈타인 자신의 철학관에 어긋나는 것이기에 별로 도움이 못되지만, 그래도 편의상 이해를 위해 거칠게 요약하면 그의 후기 사상은 크게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학의 본성, 언어와 의미에 관한 이론, 마음의 본성에 관한 철학적 심리학이 그것이다. <논리철학논고>와 <철학적 탐구>는 근본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철학의 문제가 언어 문제이며 따라서 철학의 근본 과제는 언어 비판이라 보는 점이고, 차이점은 언어관에서 나타난다. 후기 들어 언어의 단일한 논리적 구조를 부정하고, 언어의 의미를 ‘사용’이나 ‘언어놀이’, ‘가족유사성’, ‘삶의 양식’ 등과 결부시키는 것이다. 대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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