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3 21:55
수정 : 2005.04.0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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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여고 기숙사생들이 방에서 야식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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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하루가 끝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갈 때, 교문을 뒤로 한 채 학교 안의 또 다른 건물로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기숙사생’들이다. 현재 전주여고 기숙사 ‘영란숙’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은 1학년이 36명, 2학년이 40명, 3학년이 60명이다. 학년별로 4명이 한방을 함께 쓰고 있다. 물론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숙사생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성적’인데, 한 학기 정규 시험과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기숙사 신청자들 중에서 선발한다. 많은 학생들이 한번쯤은 기숙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24시간을 보내는 기숙사생들의 생활은 어떨까?
따뜻한 집의 푹신한 침대도, 엄마가 해 주시는 맛있는 반찬도, 편안한 화장실도 잠시 포기한 채 기숙사생들은 하루 종일 엄격한 규율과 꽉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행동한다. 아침 6시20분부터 졸린 눈으로 아침 운동을 해야 하고, 하루 세 끼는 모두 급식이고, 집에서 생활할 때에는 관심 밖이었던 청소나 빨래도 모두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몇 대 되지 않는 컴퓨터나 세탁기를 둘러싸고 매일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리(18·3년)양은 “집을 떠나 생활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며 “특히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 입소를 희망하는 이유는 뭘까? 신빛나(19·3년)양은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고, 시험 기간에 정보 교환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힘들 땐 서로 힘이 되어 주면서 우정도 다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정(19·3년)양도 “집에 있으면 게을러지기가 쉬운데 기숙사에 있다 보니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특히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기숙사의 장점을 꼽았다.
친구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다 보면 즐거운 일도 생긴다. 오정욱(19·3년)양은 “한밤중에 친구들과 야식을 먹곤 하는데, 컵라면이나 토스트 등을 나눠 먹은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친구들과 밤을 새 가면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주말에 휴식 시간을 이용해 함께 놀러 다니기도 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했다.
기숙사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협동하고 양보하는 것을 배우고, 스스로 일을 해결하면서 독립심을 키우며,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오늘도 기숙사생들은 조금은 힘들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며 좀 더 뜻 깊고 특별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 글·사진 심우현/1318리포터, 전주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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