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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3 23:58 수정 : 2005.04.03 23:58

챔피언을 꿈꾸며 승승장구하던 매기가 경기 도중 사고를 당하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매기의 사지가 마비된 것은 목뼈 속 척수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척수 손상도‘생의 의지’못 꺽어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4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힐러리 스왱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이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74살의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물 간 소재라고 외면 받던 권투 이야기를 백만불짜리 영화로 만들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수상 후보였던 <에비에이터>를 제치고 주요 4개 부분을 석권함으로써 노장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때 잘 나가던 복싱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은퇴한 복서 스크랩(모건 프리먼)에게 31살의 웨이트리스 매기(힐러리 스왱크)가 복싱을 하겠다며 찾아온다. 프랭키는 매기에게 복싱은 꿈도 꾸지 말라며 돌려보내지만, 그녀의 끈기에 두 손 들고 만다. 이렇게 시작된 프랭키와 매기의 인연은 혈육보다 더 진해진다. 그러나 챔피언을 향한 꿈이 곧 이루어지려는 순간 매기는 목 부상으로 온몸이 마비되기에 이른다.

매기의 사지가 마비된 것은 넘어지면서 목뼈 속 척수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척수는 척추라고 하는 뼈 속에 들어 있는 신경다발로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이룬다. 흔히 ‘등골이 빠진다’라고 말할 때, 등골은 바로 척수를 가리킨다. 33개의 척추가 모여 에스자 형태를 이룬 것을 척주라고 부른다. 척주의 길이는 대략 75cm, 척수는 45cm 정도다. 척추는 추가되는 체중을 지지하기 위해 목뼈로부터 아래로 내려올수록 크기가 커진다. 척주가 곧은 형태가 아니라 에스자 형태를 이루기 때문에 충격이 효과적으로 분산되고 몸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척수는 뇌로부터 신체 각 부분에 명령을 전달하며, 신체의 말단기관에서 감지한 신호를 전달하는 전달 통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척수에 손상을 입으면 뇌의 명령이 전달되지 않아 신체를 움직일 수 없거나 자극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척수 손상은 부위에 따라 마비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주로 손상 부위 아래쪽에 마비가 일어난다. 지난해 사망한 <슈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는 경추(목뼈)를 다쳤기 때문에 목 아래 사지가 모두 마비됐지만, 가수 강원래는 흉추(등뼈)에 손상을 입어 가슴 아래쪽에 마비가 왔다.


연필을 깎다가 칼에 손가락을 베는 것 같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마련인데, 손상된 척수가 회복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부나 뼈 같은 조직은 손상을 입더라도 세포가 분열과 재생을 반복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문다. 그러나 척수는 재생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회복이 안 되는 것이다. 말초신경의 경우 신경의 몸체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체가 아니라 축색돌기에 손상을 입었을 때는 재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척수신경은 축색돌기조차 재생되는 경우가 드물다.

2001년에는 척수의 축색돌기 재생에 관련된 두 개의 유전자를 찾아냈고, 2002년에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척수 신경을 재생해 내는 방법이 발표됐다. 또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뇌실에 있는 일부 신경 세포가 분열 능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배아줄기세포만이 유일한 대안인 듯 보인다. 지난해 줄기세포를 이식 받아 하반신 마비 증세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황미순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이 해결할 수 있는 건 아직 여기까지다. 그러나 크리토퍼 리브가 마지막 순간까지 재활 의지를 불태우며 왕성하게 활동해 진정한 슈퍼맨으로 칭송 받았듯이, 고통을 이겨내는 인간의 위대함은 보는 이들에게 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영화 속 매기도 마지막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 줬다면 진정한 챔피언으로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되었을 지 모른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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